경찰이 학교 안팎에서 돈을 뜯고 폭력을 휘두른혐의로 검거한 중.고생들을 `일진회' 조직원으로 발표한 데 대해 학부모들이 강력반발하면서 수사의 `무리수'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이 "중학교 선후배인 이들이 행동강령까지 갖춘 일진회를 조직했다"는 입장인데 반해 피의자 본인과 가족은 "동네에서 친한 아이들끼리 뭉쳐 다녔을 뿐 조직적인 체계를 지닌 일진회는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20일 학생들의 돈을 뜯고 다른 학교 학생들과 패싸움을 벌인혐의로 성북구의 모 중학교 재학생과 이 학교를 졸업한 고교생 24명을 붙잡아 이들이 일진회 조직원들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년 전 덩치가 좋은 신입생을 선별해 `선배 말에 무조건복종하고 인사는 90도로 한다'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학생들의 돈을 뜯는 일진회를 구성했다.
일진회를 만든 이들은 "진짜 일진을 가리자"며 다른 학교 일진회와 패싸움을 벌이기도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경찰은 한 학생이 이 조직에 가입할 당시 정황을 진술한 자술서를 공개하면서 이들이 학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일진회 조직원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자술서에는 "중 1에 올라오니 초등학교 때 아는 선배가 `일진회에 들어올래'라고 물어봐 망설였는데 나중에 다시 선배들이 찾아와 당황해서 `네'라고 대답했다.
일진회에 들어간 뒤 담배와 술을 하고 놀았다"고 적혀있다.
경찰은 "분명히 자신들끼리 일진회라는 모임을 의식하고 있었고 여러 진술에서도 일진회라는 조직이 확인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피의자와 그 가족은 "아이들끼리 몰려 다녔긴 했지만 언론에서 보도된것처럼 조직적인 악행을 자행하는 일진회는 아니다"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거세게반발했다.
경찰이 `일진회 소탕'이라는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중ㆍ고교생들의 또래를 일진회로 무리하게 몰아갔다는 주장도 했다.
피의자 A군도 "문서로 된 행동강령도 존재하지 않고 `90도로 인사한다'는 규칙도 없다"며 "다만 선배들에게 깍듯이 대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사 정도는 하고 다녔다"고 행동강령 존재를 부인했다.
다른 피의자들도 용돈을 마련하려고 돈을 뜯은 것은 인정하면서 "그냥 동네에서어릴 때부터 친한 형들하고 몰려 다녔을 뿐이다.
일진회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요즘 일진회에 들었다고 하면 웃음거리가 된다"며 일진회 가입의혹을 강력 부인했다.
`진짜 일진'을 가리려는 패싸움을 했다는 경찰의 발표에 대해서도 피의자 B군은"한 친구의 동생을 괴롭히는 다른 중학교 불량배들을 혼내달라고 형들에게 말했는데두 대를 때리니 다 도망가 `싱겁게' 끝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학교나 부모들은 얘들끼리 늘 있는 집단이라고 말하겠지만 돈을 빼앗긴피해자가 엄연히 있다"며 "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재학 중인 학생과 연결돼 돈을 갈취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이고 일진회를 분명히 구성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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