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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0억짜리 양로원 지역사회 기증한 김성애 전 원장

등록 2005-01-09 22:20수정 2005-01-09 22:20

“원래 난 가난…받은 도움 되돌릴뿐”

“우리 원래 가난했잖아, 그대로 살자!”

남편을 잃은 뒤 분식점과 식당을 하면서 불우한 노인들을 돌봐온 경기 시흥시 도창동 엘림양로원의 김성애(60) 전 원장은 9일 대지 200여평의 양로원 땅(시가 10억원)과 시설을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참여한 사회복지법인 ‘행복세상’에 기증했다.

자신의 손때가 묻은 양로원을 내놓은 김 전 원장의 조건은 ‘인수단체가 시흥지역 사회단체여야 한다’는 단 한가지.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살 수 있던 것은 지역 주민들 도움 때문이었다”며 “내 재산을 지역사회에 되돌려 주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이 시흥시에 둥지를 튼 것은 1983년. 그러나 건축업을 하던 남편이 간경화로 시름시름 앓다 방 한칸만 달랑 남긴 채 5년여 만에 숨지자 생계를 위해 생업 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다. 94년 100만원의 빚을 내 시흥시 매화동에 떡볶이와 순대를 파는 2평 규모의 ‘미문분식’을 냈을 당시의 궁핍한 생활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 1만4000원씩만 벌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너무 어려웠거든. 안양으로 학교를 다니던 세 아이의 교통비와 하루 식비를 계산한 돈이었지요.”

분식집을 하면서 김 전 원장은 생전 처음으로 큰 돈인 곗돈 5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처음 내 손으로 번 큰 돈인데 내 돈이 아닌 거예요. 어떻게 할까 고민고민하다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이 너무나 딱해 보였어요. 그래서 그 분들을 모시기로 하고 아는 사람한테 헌집을 빌리고는 수리비로 다 썼지요”라고 했다.

그래서 문을 연 것이 ‘엘림사랑방’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2~3차례 이사하고 ‘엘림양로원’으로 바뀌면서 200여명의 노인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현재는 갈곳없는 할머니들 34명의 보금자리가 됐다. 김 전 원장은 양로원을 하면서도 4년 전까지 백반을 파는 식당일을 계속했고 모진 세파 속에서도 그의 세 아들 역시 어엿한 회사원과 자영업자로 성장했다.


“사지 멀쩡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돌봐야 한다”고 믿는 그는 이제 충남 서산에 효체험학교와 노인전문요양시설을 열어 마지막 봉사를 준비 중이다.

시흥/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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