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받고 사건 눈감은 검찰 수사관경찰이 넉달 수사 끝에 붙잡아

짝퉁 명품 제조업자 단속뒤
검찰청 주차장서 돈 챙겨

검찰청 주차장에서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준 검찰 수사관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짝퉁 명품 제조업자를 단속한 뒤 이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등)로 검찰 직원 배아무개(45)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다른 검찰 직원 김아무개(3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배씨 등은 2004년 6월 서울 중랑구 중화동에서 짝퉁 명품가방 공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4)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체포한 뒤 1천만원을 받고 풀어주는 등 두차례에 걸쳐 1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서울남부지검 지식재산권 단속반원이던 배씨 등은 사설 단속업체 직원들과 함께 단속을 나가 김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남부지검 주차장까지 데려온 뒤, 김씨 부인이 급히 마련해 온 현금을 건네받고 김씨를 풀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꼬리가 밟힌 건 명품 업체와 계약을 맺고 짝퉁 제조·판매자를 적발해 검찰에 신고하는 사설 단속업체 직원들의 비리가 경찰에 포착되면서다. 경찰은 지난 2월 짝퉁 제조·판매업자들로부터 상습적으로 돈을 뜯어낸 사설 단속업체 직원 4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자기들끼리만 돈을 나눠 가졌다고 잡아뗐지만, 돈을 뜯긴 업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검찰 수사관도 함께 와서 돈을 받아 갔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배씨 등의 범행이 들통났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직원들도 수사 전문가들이니까 사설 단속업체 직원들에 대한 수사 정보가 유출되면 서로 미리 말을 맞추는 등 증거를 없앨까봐 조심스러웠다”며 “신중하게 진행하느라 수사가 넉달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남부지검은 이들 수사관 2명의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대민·수사 업무에서만 배제한 채 행정업무를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유신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