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용산 미군기지에 한국인 도박 … 보안망 ‘허점’

등록 2005-03-22 18:14수정 2005-03-22 18:14


■ 용산 미군기지 ‘슬롯머신 도박장’본지 기자 잠입르포

“이것 하러 왔어?”

주민등록증을 맡기고,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안에 들어서자마자 60살이 훌쩍 넘어보이는 할머니는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까닥였다. 버튼을 누르는 시늉이었다. <한겨레> 취재진이 “잠깐 놀러 왔다”고 하자, 전자식 슬롯머신을 하러 온 것을 곧바로 알아챈 것이다. 미군부대 출입증이 없는 취재진은 미 군속인 그의 주머니에 ‘에스코트’ 비용으로 3만원을 찔러넣었다.

엄지신호에 돈 건네니 무사통과
환전·자금대여 ‘도박 풀서비스’

지난 11일 밤 용산 미군기지내 슬롯머신 도박장인 ‘코미스키 클럽’에 들어가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한국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곳이지만 한국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없었다. 도박장은 흡연실과 비흡연실로 나눠졌고, 50여대의 슬롯머신이 설치돼 있었다. 충혈된 눈을 화면에 고정시키고 버튼을 눌러대는 30여명 가운데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겨우 2명뿐이었다.

30여명중 외국인은 2명

40대 남성에게 접근해 “돈을 바꿔 게임을 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가 “기철이 엄마, 여기 돈 좀 바꿔줘”라고 소리쳤다. 다가온 ‘기철이 엄마’의 손가방이 열리자 달러 뭉치가 넘쳐났다. “처음이라서 20달러만 바꿔 해보고 싶다”고 하자 ‘기철이 엄마’는 바깥의 환율보다 높은 “2만2천원을 달라”고 했다. 2시간 남짓 도박장에 있는 동안, 돈이 떨어진 사람들이 ‘기철이 엄마’에게 다가와 “다음에 와서 줄테니 몇백 달러만 빌려주라”며 돈을 빌려가는 것이 자주 목격됐다. 그럴 때마다 ‘기철이 엄마’는 손가방의 종이쪽지에 뭔가를 기록했다.


‘기철이 엄마’로 통하는 김아무개(48)씨는 코미스키 클럽에서 한국인들에게 도박자금을 빌려 주고, 불법 환전을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22일 서울경찰청 외사과에 구속됐다. 그는 2002년 4월부터 최근까지 178명에게 914차례에 걸쳐 도박자금을 빌려 주고, 은행송금으로 10억2천여만원을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씨에게 300만~5600만원을 빌려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허아무개(41·상업)씨 등 7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지금까지 미군부대 안에서의 불법 도박은 연예인과 부유층 등이 해왔지만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가정 주부와 자영업자 등이어서, 미군부대내 도박이 일반인에게까지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150여명을 도박 혐의자로 보고 계속 소환조사할 계획”이라며 “이것도 김씨가 가지고 있던 2개의 통장 내역에서 나온 관련자들과 금액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금 갚아 거래 안드러나

실제로 <한겨레> 취재진이 확인한 것처럼 코미스키 클럽 안에서 슬롯머신을 하다 돈이 떨어지면 현장에서 직접 김씨에게 달러를 빌린 뒤 다음에 현금으로 되갚는 경우가 많아, 통장 거래내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도박 피해자들은 말한다.

코미스키 클럽에서 몇년 동안 도박을 하며 수천만원을 탕진했다는 김아무개씨는

“연예인도 이용하고, 고위 공무원이 몇억원 탕진…”

“연예인 ㄱ·ㄴ·ㅅ·ㅎ씨 등이 코미스키 클럽에서 슬롯머신을 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고, 중앙행정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몇억원을 탕진했다는 얘기도 있다”며 “대부분 달러를 빌린 뒤 현금으로 갚고, 통장으로 입금하는 사람들은 소수”라고 말했다. 그는 “미군은 슬롯머신으로 떼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에 한국인 출입 여부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기철이 엄마’는 한미친선민간단체 회원으로 용산 미군부대 출입증을 발급받아, 한국계 미군 부인을 시키거나 자신이 직접 3만원을 받고 일반인을 슬롯머신 도박장으로 데려왔다. 경찰은 “한국인이 자유롭게 도박을 했다는 것은 미군 보안망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