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관행 관련 주요 대법 판결
대법, 형사 피고인 권리보호 판결 잇따라
형사 피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해 수사기관의 편의적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걸거나, 중요 참고인은 반드시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하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사행성 게임기를 감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오락실 업주 김아무개(42)씨에게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서 증거를 감추고 허위 증거를 냈더라도 수사기관이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허위 진술·증거만으로 조사를 마쳤다면 수사기관이 불충분한 수사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현태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이는 사법방해죄 도입 추진으로 자칫 피의자 방어권이 침해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또 대법원 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 1월 여고생을 성추행하고 돈을 요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31)씨에게 “수사기관이 증인의 법정 출석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하고 돈을 요구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갖추려면 ‘(증인이) 기타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 해당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수사기관이 출석을 위해 가능하고도 충분한 노력을 다한 경우로 볼 수 없으므로, 증인이 작성한 진술서와 경찰이 작성한 증인의 진술조서에 증거능력을 배척한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도 지난 1월 손님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유흥주점 업주들에게 “조서 외에 다른 유력한 증거가 없으면, 참고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을 경우 수사기관의 조서를 유일한 증거로 삼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깼다. 김경수 대검 홍보기획관은 “수사 환경이 변해 허위 진술인지 가려내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사법방해죄 등 법정뿐 아니라 수사기관에서의 허위 진술을 처벌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