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에서 자기 몸을 죽비로 때리며 시위를 하고 있는 성희직씨.
성희직씨 민노당사 앞서 “나의 불명예를 씻어달라”
13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민주노동당사 1층 사무실 안내 데스크 앞. 마흔살 남짓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변사또 수청을 거절한 죄로 목에 썼던 20㎏의 큰 칼을 차고 손에는 쇠사슬을 감은 채 앉아 반시간 가까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칼에는 ‘노무현 대통령님 저의 신문고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라는 글귀 등이 씌여 있었다.
탄광에서 광원으로 일하다 1991년 강원도의원에 당선돼 두번 연임을 했고, 강원랜드복지재단 상임이사를 역임한 성희직(50·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씨의 낮은 노랫소리가 민주노동당사에 울려퍼졌다. 당직자들은 수련회를 가고 당원들이나 찾는 이도 거의 없는 가운데 안내 데스크 직원만이 고개를 외면한 채 노래를 들을 뿐이었다.
그는 지난 9일 국회 앞에서 큰 칼을 쓰고 앉아서 시위를 하거나, 웃옷을 벗고 셔츠만 입은 채 60㎝ 가량의 죽비를 들고 자신의 가슴을 때리는 ‘엽기 시위’를 시작했다. 하루에 3백대 정도를 맞는 그의 가슴은 벌겋게 변했고, 통증을 참기 위해 붙인 파스도 눈에 띄었다. 대나무 중간 부분을 잘라 충격을 완화하도록 한 죽비였지만, “저러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보는 이의 가슴이 벌렁벌렁할 시위였다.
성씨는 국회 앞에서 3일간 하루에 두시간 가량 시위를 했으나 국회의원들은커녕 지나는 사람들조차 거들떠보지 않자, 12일에는 광화문 도로 한복판 이순신동상 앞을 찾아 시위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한 시간 만에 경찰에 들려나왔다. 성씨는 그날 다시 대법원 앞에서 같은 시위를 했다. 국회·법원에 이에 이번에는 민노당을 찾은 것이다. 그는 앞으로 다른 정당들을 돌아가며 시위를 벌인 뒤, 5월에는 강원도 18개 시·군을 돌며 시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씨는 “탄원서를 보내고 호소를 해보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이렇게 과격한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엽기 시위’ 이유는 “불명예를 씻어달라”
그가 이렇게 자신을 학대하는 시위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불명예를 씻어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조기송 강원랜드 사장 겸 강원랜드복지재단 이사장이 성 상임이사 등의 중임안 등을 이사회 안건으로 하기로 결재를 했으나, 그 지역 한 여당 국회의원이 개입을 해 닷새 만에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국회의원의 비서관이 와서 조 이사장이 상임이사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기로 하고 국회의원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통고를 한 것은 명백히 인사 개입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바로 단식투쟁을 벌였고, 9월11일 임시이사회에서 6개월 조건부 연임안을 받아들이고 단식을 풀어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11월 국회의 강원랜드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사태’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조기송 강원랜드 사장이 “지역 여론이 연임은 안된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답을 하자, 감사장에 있었던 성씨가 공문을 들이대며 “조 사장이 위증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개입을 했다”고 반박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복지재단은 12월8일 이사회를 열어 성씨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그를 해임시켰다. 2007년 4월까지의 임기 6개월 가운데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강원랜드, 강원도청, 언론사 등을 찾아다니며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법원에 해임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성씨 “광원 처우개선 요구땐 자해하니 비로소 취재하더라” 그는 “하루에 300대씩 몸을 때릴 땐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나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면 할복은 못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왼손 검지와 중지는 첫째 마디가 잘려나간 흔적이 있는데, 1990년 광원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뒤 평민당사에 들어가 농성을 하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데 대해 분개해 도끼로 내려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렇게 했더니 언론사들이 취재를 하더라”라며 씁쓸히 웃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국회의원의 비서 심아무개씨는 “성씨와는 민주화운동을 같이 하고 정치도 한 동지의 관계”라며 “동지로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는 여론을 전달하고 권유를 한 것이지 인사개입이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복지재단 관계자도 “임원의 임면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라며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민주노동당사에서 칼을 목에 차고 쇠사슬을 손에 감은 채 시위를 하고 있는 성희직씨.
그러나 11월 국회의 강원랜드 국정감사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사태’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다. 조기송 강원랜드 사장이 “지역 여론이 연임은 안된다는 것이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답을 하자, 감사장에 있었던 성씨가 공문을 들이대며 “조 사장이 위증을 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개입을 했다”고 반박을 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복지재단은 12월8일 이사회를 열어 성씨가 회사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그를 해임시켰다. 2007년 4월까지의 임기 6개월 가운데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는 강원랜드, 강원도청, 언론사 등을 찾아다니며 부당함을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최근 법원에 해임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성씨 “광원 처우개선 요구땐 자해하니 비로소 취재하더라” 그는 “하루에 300대씩 몸을 때릴 땐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나의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다면 할복은 못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왼손 검지와 중지는 첫째 마디가 잘려나간 흔적이 있는데, 1990년 광원 처우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당한 뒤 평민당사에 들어가 농성을 하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데 대해 분개해 도끼로 내려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렇게 했더니 언론사들이 취재를 하더라”라며 씁쓸히 웃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국회의원의 비서 심아무개씨는 “성씨와는 민주화운동을 같이 하고 정치도 한 동지의 관계”라며 “동지로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는 여론을 전달하고 권유를 한 것이지 인사개입이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원랜드 복지재단 관계자도 “임원의 임면은 이사회의 고유권한”이라며 “지금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이라고 답했다. 김학준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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