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수용자 검색·통제 등 강화
불법 이주노동자 ‘합법화’도 외면
불법 이주노동자 ‘합법화’도 외면
법무부가 지난 2월 일어난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와 관련해 스프링클러 설치와 수용자 검색 강화 등 재난 예방에만 초점을 맞춘 대책을 내놔 외국인 노동자 관련 단체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근무기강 확립 △보호시설 개선 △화재 등 재난 대응체계 구축 △경비·계호체계 개선 등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모든 외국인 보호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 및 불에 잘 타지 않는 건축자재 사용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라이터 등 위험한 물품의 반입을 막기 위해 보호실을 매일 한 차례 검사하고, 입소 때나 면회 후 수용자 검색을 철저히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공동대책위는 15일 성명을 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 단속·구금·추방이 이 사건의 본질임에도 법무부는 참사를 낳은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번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뒤 내놓은 권고사항도 외면했다. 인권위는 지난 9일 보호 외국인의 기본권 제한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만 기본권을 제한하고, 일반적 권리 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법무부는 또 참사 당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진 출국 후 재입국 허가를 검토하겠다”던 발언에 대해서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원 공대위 정책팀장은 “전 출입국관리국장이 지난 3월 미흡하게나마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자진 출국을 유도한 뒤 합법적으로 다시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오는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외국인정책회의에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법무부 종합대책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근 법무부 출입국관리국 출입국기획과 사무관은 “그런 방안을 논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전혀 없고, 5월 외국인정책 회의에 제출할지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근무기강 확립 대책이 오히려 구금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역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범죄자도 아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소 내 인권침해와 관련한 지적이 지금도 많은데, 법무부는 통제와 억압을 더욱 강화하려고 한다”며 “비극적 참사를 예방하기는커녕 구금돼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은 사고와 자살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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