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변신한 씨름선수 염원준씨
보험설계사 변신한 씨름선수 염원준씨
“씨름 선후배 결혼할 때나 양복을 입었는데….”
그는 “목이 두꺼워 넥타이를 매면 줄이 짧다”며 웃었다. 책상엔 천하장사 출신 최홍만과 샅바를 잡고 엉켜 있는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은 2004년 올스타전에서 최홍만을 3-1로 꺾고 백두급 정상에 오른 ‘왕눈이’ 염원준(31) 장사의 현역 시절을 추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해 겨울 그는 소속팀 엘지(LG)씨름단이 해체돼 길거리로 나앉았다. “아들이 돌도 안 됐을 때인데, 참 막막했죠.”
마산시체육회에 잠시 들어가기도 했지만 2년여간 대부분 개인 자격으로 대회에 나왔다. 오라는 팀도 여럿 있었지만, 동료들을 놔두고 혼자 갈 수 없어 거절했다. “2년간 집에 1000만원도 못 갖다준 것 같아요. 아내에게 참 미안했죠.” 언제든 모래판으로 달려가기 위해 늘 차에 샅바를 싣고 다녔지만, 팀 창단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친척분의 제의를 받고 서류 넣어 면접 보고 이곳에 오게 됐죠.”
‘빗장걸이’로 씨름판을 휘어잡았던 염원준은 지난 1월 외국계 생명보험회사(ING생명) 재무설계사로 변신했다. “전문성을 가져야 하니까 2월엔 보험설계사 자격증도 땄죠. 밤에 잠 안자고 책하고 씨름했죠.” 3월엔 실적이 좋아 지점의 ‘월간 MVP’에도 뽑혔다. “혼자 거울 보고 웃는연습 하고, 아내 앞에서 예행연습도 하고 그랬죠. 고객들이 ‘씨름 선수 아닙니까?’ 하고 놀라면서도 격려를 많이 해주십니다.”
그는 아침 6시쯤 집을 나와 밤 11시 넘어 돌아오는데도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지금 몸무게가 150㎏이에요. 7㎏ 정도 빠졌거든요. 하루가 모자랍니다.”
“재정전문가로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해 보험계의 장사가 되겠다”는 그는 이렇게 일찍 그만둘 줄 몰랐던 씨름에 대한 아쉬움도 비쳤다. “씨름을 알리고 싶어 18일 창단하는 씨름공연단에도 참가하기로 했어요. 후배들도 다이내믹한 경기를 해줬으면 하고, 국민들도 우리의 전통 씨름을 많이 사랑해줬으면 합니다.”
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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