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반대해 분신한 허세욱씨를 추모하는 행렬이 18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노제를 지낸 뒤 남영역 쪽으로 향하고 있다. 허씨의 유해 일부와 유품은 이날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 안치됐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허세욱씨 노제 뒤 안장
지난 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며 분신한 뒤 보름 만에 숨진 택시운전사 허세욱씨가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18일 아침 7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영결식을 마친 장례행렬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관악구위원회를 들러 오전 8시40분께 허씨가 일하던 봉천동 한독운수에 들어섰다. 운구를 기다리던 100여명의 동료들은 허씨가 생전에 운전하던 은색 쏘나타 택시가 영정과 함께 들어서자 묵념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간단한 노제를 마치고 장례행렬이 다시 이동하기 시작하자, 동료 30명은 자신의 택시에 전조등을 켠 채 운구 차량을 뒤따랐다. 서른대의 택시는 ‘한-미 에프티에이 무효’라는 검은 깃발을 달고 있었다. 허씨가 몸을 불사른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는 길닦음춤에 이어 하얀 천을 갈라 태우는 진혼굿이 펼쳐졌다. 이어 용산 미군기지에서 열린 노제에서는 허씨의 가족장 때 일부 수습해 온 유해를 무용가 이삼한(44)씨가 하얀 사발에 담아 미군기지 정문 오른편 담장에 뿌렸다. 장례대책위가 ‘화장해 미군기지에 뿌려 달라’는 허씨의 유언에 따라 준비한 의식이었다. 한상렬 장례위원은 “님이 죽어 우리를 살리고 역사를 살렸다”고 추모했다. 노제를 마친 허씨의 유해와 유품은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이날 낮 12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2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고 허세욱씨 범국민 추모식’이 열렸고,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범국민 추모의 밤’ 문화제가 진행됐다. 하어영 기자, 정유경 수습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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