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때 민간인 학살 주민 증언…‘비행기 폭격 60~70명 숨져’
충북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에서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9월2일 미군 폭격으로 주민 60~70명이 대량 학살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매천리는 미군의 무차별 사격으로 주민 200여명이 숨진 노근리에서 16㎞ 떨어진 농촌 마을이다. 당시 100여가구에 3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다.
이 마을 임복희(83·여)씨는 20일 “당시 밭을 매러 가는데 갑자기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지더니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며 “밭둑에 엎드려 있다가 집에 가보니 시어머니와 아들, 딸 등이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민달식(72·여)씨는 “비행기 5대가 몰려와 폭탄을 여기저기 떨어뜨렸고, 순식간에 마을은 불바다가 됐다”며 “지금껏 누가, 왜 폭격했는지 몰랐고 전쟁 때문에 억울하게 마을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남언년(81·여)씨는 “젊은 사람들은 마을 곳곳에 있는 토굴 등으로 피신했으나, 노인과 아이들은 마을에 남아 있다가 많이 희생됐다”며 “폭격이 끝난 뒤 숨진 사람들을 거둬 선영에 묻었다”고 말했다. 지금도 이 마을은 30여가구가 같은 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
충북지역 민간인 학살 대책위원회 박만순 운영위원장은 “전국 곳곳에서 학살 사건 진상 조사가 이뤄지면서 묻혀 있던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매천리는 피해 생존자와 유족 등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서로 일치하고 있어 이곳에서 학살이 있었다는 것은 100%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민간인 학살 사건 진상규명 신청 시한이 지났지만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라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진실·화해위원회가 나서야 하지만 시한 때문에 어렵다면 자치단체나 민간단체라도 나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동/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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