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국익침해 여부 쟁점으로
검찰이 외교통상부가 수사의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공개 협상전략 보고서’ 유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배당했다. 그러나 이 문건 유출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지 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형사처벌 가능?=국가기밀 누설은 국가보안법과 군사기밀보호법, 형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번 문건 유출자를 찾아내 처벌한다면 공무원 또는 전직 공무원이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형법(127조)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외비로 규정된 문건을 여기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외교통상부는 대외비 유출도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 에프티에이특위의 ‘대외비 문건 관련 진상조사소위원회’는 지난달 “대외비는 ‘보관상 특별한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자료’일 뿐 국가정보원법에서 규정한 국가 기밀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채택했다. 국가정보원법에서 규정한 국가 기밀이 아니기 때문에 형사처벌의 대상은 안된다는 것이다. 국정원법의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은 누설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1·2·3급으로 나눠 비밀로 지정하고 있고, 시행규칙에서 특별히 보호가 필요한 사항은 ‘대외비’로 지정하고 비밀에 준하여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공식적인 비밀 지정 여부라는 형식적 판단보다는, 유출된 정보가 실제 비밀로서의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 유·무죄를 결정해왔다. 이와 관련해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은 22일 “수사의뢰된 문건의 내용은 이미 언론에 보도됐던 것으로 비밀자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익 대 국익’ 논란=에프티에이 문건 유출이 국익에 어긋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정부는 “협상 전략이 언론에 유출되는 바람에 실제 협상 과정에서 국익이 침해 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범국본은 “미국의 반덤핑 관련법 개정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무역구제 분야의 요구사항 관철을 포기한다는 문건의 내용은, 당연히 협상에 앞서 국민과 국회에 밝히고 타당성을 사전 검증했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협상목표 수정을 알린 것이 국익의 손상이라는 정부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유식 변호사는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유출해 처벌받는 것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얻었을 경우에 해당하는데, 이 사건은 유출자가 국익을 생각해서 공개했다고 볼 수 있어 사안의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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