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 보고서 “한국출신끼리만 어울리는 경향”
조기 유학을 떠난 학생들이 인종이나 가정 문제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국 출신 학생들끼리만 어울리는 경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초등학생 때 유학을 떠난 경우는 부모와의 갈등이 상대적으로 크고, 중·고등학생 때 유학을 떠난 경우는 인종 갈등을 많이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기획예산처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조기 유학을 떠났거나 준비중인 가정의 부모 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조기 유학 관련 보고서’를 보면, 학부모들은 조기 유학을 떠난 자녀들이 현지에서 인종이나 가정 문제를 겪으면서 한국 출신 학생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인종 갈등은 중·고등학생 때 유학을 떠난 자녀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주로 어린 나이에 유학을 떠났을 때보다 어학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탓에, 학교 수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데서 비롯된다. 때문에 이들 나이의 유학생들은 유학 초기에 영어 과외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이에 견줘 초등학생 때 유학을 떠난 경우는 학교 생활보다는 가정에서 부모와 갈등을 겪는 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등학생 때 유학을 떠난 학생들은 국내로 다시 돌아올 것에 대비해 국어, 영어, 수학 등 국내 교과 과정에 맞는 과외수업을 별도로 받고 있다.
자녀 뿐 아니라 부모들도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들을 조기 유학 보낸 부모들은 대개 고소득 전문직에 종사하지만, 한해 5천만원까지 드는 유학 비용을 대느라 경제적으로는 넉넉치 못한 생활을 감수하고 있다. 조사 대상 부모들은 자녀들의 조기 유학 기간 동안에는 저축이 사실상 힘들다고 응답했다.
자녀의 조기 유학 기간 동안 가정 내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많았다. 국내에 홀로 남은 아버지는 불안정한 생활에 시달리고, 홀로 떨어져 자녀 뒷바라지만을 하는 어머니는 자녀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는 사례도 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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