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선 “기각” → 부산선 “유죄”
검사 서명이 빠진 공소장의 효력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기소 자체가 무효라며 공소기각 판결(<한겨레> 4월10일치 10면)을 내렸으나, 부산지법은 그 효력을 인정해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부산지법 형사5부(재판장 고종주)는 이날 대출 알선 대가로 10억여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수재)로 기소됐다가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윤아무개(54) ㅎ저축은행 회장의 공범 홍아무개(55)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3억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다른 혐의로 부산지검에 구속된 홍씨는 윤씨와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검사는 두명에 대한 공소장에 서명을 누락했다. 이후 부산지법은 윤씨와 관련된 홍씨의 혐의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넘겨 받아 심리를 진행해왔다.
재판부는 “피고인 방어권 행사라는 점에서 보면 검사의 서명보다는 피고인과 죄명, 공소사실, 적용 법조 등이 더 중요한데, 이 사항 중 일부가 누락돼도 나중에 공소장을 보완하면 된다”며 “공소장에 검사의 서명날인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법원이 서명을 추가하도록 하고 수차례에 걸쳐 공판을 진행해 왔다면 잘못이 고쳐진 것이어서 이를 문제삼아 뒤늦게 공소기각 판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기소돼 8개월 동안 재판을 받아오던 윤 회장에 대해 “최초 공소 제기때 검사 서명이 빠져 기소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29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신종대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부산지법 판결문을 공소기각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법학)는 “검찰이 실수를 한 것은 잘못이지만, 법원이 형식 논리에 빠져 피고인의 인권과도 무관한 사소한 것을 문제삼아 공소기각 판결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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