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기납품·급식운영 미끼, 교장시절 수천만원 챙겨
‘뇌물결탁’운영위원장 미 도피
본인은 혐의 강력 부인
서울시교육청 고위간부가 교장 재직 시절 학교운영위원장과 결탁해 학교 사무용 집기 구입과 급식매점 운영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2000년 고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사무용품 납품 대가 등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서울시교육청 고위간부 김아무개(59)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이었던 강아무개(57)씨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미국에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0년 서울 ㅎ여고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 학교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사무용품 업체 ㄷ사 대표인 곽아무개(48)씨로부터 사무용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1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곽씨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이 학교 매점급식 운영자 이아무개(46)씨를 구속하고, 이씨와 사건을 공모한 브로커 장아무개(59)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씨는 2000년 7월26일 곽씨에게 “교장과 잘 아는 학교운영위원장 강씨를 통해 사무용품이 납품되도록 해 주겠다”며 900만원을 받았으며,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은 강씨는 “ㄷ사 사무용품 10억원어치가 납품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곽씨로부터 4500만원을 받아 이 중 14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이전 과정에서 10억원 상당의 사무용품이 다 납품되지 못해 이씨와 강씨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문제가 불거지자 강씨가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씨는 또 2000년 매점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강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의 일부는 운영권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당시 교장 김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ㅎ고등학교 한 교사는 “이씨가 매점급식을 운영하던 올해 초까지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거나 음식이 부실해 학생들의 원성이 높았다”며 “결국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져 올해부터 급식 업체를 공개입찰로 다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단체들은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이 결탁해 뇌물을 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행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꾸려진 기구인데도, 위원장이 교장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른 탓이다. 운영위원장이었던 강씨는 학교 인근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학교 집기 구입이나 매점·급식으로 오가는 뇌물은 결국 불량 집기나 불량 급식으로 연결돼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이번 사건도 당시 학교운영위원회가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개입찰을 통한 공정한 업자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교운영위원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면 학교 비리가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뇌물결탁’운영위원장 미 도피
본인은 혐의 강력 부인
서울시교육청 고위간부가 교장 재직 시절 학교운영위원장과 결탁해 학교 사무용 집기 구입과 급식매점 운영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2000년 고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 사무용품 납품 대가 등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서울시교육청 고위간부 김아무개(59)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 학교운영위원장이었던 강아무개(57)씨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미국에 도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2000년 서울 ㅎ여고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 학교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사무용품 업체 ㄷ사 대표인 곽아무개(48)씨로부터 사무용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14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곽씨로부터 소개비 명목으로 9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이 학교 매점급식 운영자 이아무개(46)씨를 구속하고, 이씨와 사건을 공모한 브로커 장아무개(59)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씨는 2000년 7월26일 곽씨에게 “교장과 잘 아는 학교운영위원장 강씨를 통해 사무용품이 납품되도록 해 주겠다”며 900만원을 받았으며, 이씨로부터 청탁을 받은 강씨는 “ㄷ사 사무용품 10억원어치가 납품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곽씨로부터 4500만원을 받아 이 중 14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교 이전 과정에서 10억원 상당의 사무용품이 다 납품되지 못해 이씨와 강씨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문제가 불거지자 강씨가 미국으로 도주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씨는 또 2000년 매점급식 운영권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강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의 일부는 운영권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당시 교장 김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편, ㅎ고등학교 한 교사는 “이씨가 매점급식을 운영하던 올해 초까지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거나 음식이 부실해 학생들의 원성이 높았다”며 “결국 학생들의 요구가 거세져 올해부터 급식 업체를 공개입찰로 다시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단체들은 교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이 결탁해 뇌물을 받은 것에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행정을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꾸려진 기구인데도, 위원장이 교장과 결탁해 비리를 저지른 탓이다. 운영위원장이었던 강씨는 학교 인근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알려졌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학교 집기 구입이나 매점·급식으로 오가는 뇌물은 결국 불량 집기나 불량 급식으로 연결돼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이번 사건도 당시 학교운영위원회가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개입찰을 통한 공정한 업자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교운영위원회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면 학교 비리가 많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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