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경찰 대응 일지
서울경찰청, 남대문경찰서로 이첩…은폐·축소에만 급급
한화고문 최기문 전 경찰청장 전화 ‘외압’ 의혹
한화고문 최기문 전 경찰청장 전화 ‘외압’ 의혹
경찰은 26일 밤까지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복폭행에 직접 가담한 사실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내막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경찰은 이조차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왜 한달 이상 사건을 숨기고 있었을까?
허술한 초기 대응=경찰의 태도는 이 사건의 초기 대응에서부터 의문을 일으킨다. 지난달 9일 0시9분 112 지령실로부터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에 “손님이 직원들 폭행을 매우 심하게 했다.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 자녀”라는 지령이 떨어졌다. 경찰관 2명이 3분 뒤 북창동 ㅅ클럽에 도착했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당시 술집 종업원 6명만 있었고,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였지만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해 이들을 해산시키는 것으로 사건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근무일지에는 ‘폭행, 맞은 흔적은 있으나 상호 합의하고 강력 경고. XX(끝내고 해산시킴) 마감’이라고 적혀 있다. 애초 신고 내용에 ‘한화그룹 회장 자녀’가 포함됐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사 하고도 “안했다”=남대문경찰서 쪽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피해자를 불러 조사했다는 것이 술집 종업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한 뒤에도 “피해자 진술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올해 한화그룹의 고문이 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전화다. 장 서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최 전 청장이 사건 발생 2~3일 뒤 ‘한화그룹 폭행 건이 있느냐’고 전화를 했다”며 “나는 ‘없다’고 했고, 전화를 끊고 수사과장한테 물어봤는데 수사과장도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 사건을 전혀 조사한 사실이 없다면, 최 전 청장이 이런 전화를 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사건 이튿날 경찰이 술집 종업원들한테서 진술을 들은 사실을 알아채고, 최 전 청장이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장 서장은 “최 전 청장의 전화가 외압으로 비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왜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했나=3월 중순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사건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경찰청은 3월28일 첩보를 남대문경찰서로 넘겼다. 남승기 광역수사대장은 “우발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북창동을 관할하는 남대문경찰서로 넘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경찰관은 “내사를 잘 진행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넘기라고 해서 광역수사대가 남대문경찰서로 이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사만 한달?=첩보를 받은 남대문경찰서는 한달 가까이 ‘내사’만 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람과 장소를 특정하느라 시간이 걸렸지, 은폐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치 광역수사대의 내부결재 문서에는 사건 현장이 ㅅ클럽이라고 나와 있다. 남대문경찰서가 애초 관할지역 술집 종업원에 대한 조사를 한달 동안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은 기자들의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7일에야 한화그룹 경호과장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지난 24일 “김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해 28일께 귀국하면 조사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김 회장은 이미 귀국한 상태였다. 경찰은 “둘째아들 역시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했다가, 이후 “출국한 사실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재벌그룹 회장이 관련된 사건에서 경찰이 보이고 있는 철저한 감추기와 늑장 대응은 모종의 ‘압력’이나 ‘거래’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특별취재반 society@hani.co.kr
[경찰수사 상황] 경호원·용역업체 직원 소환조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6일 김 회장의 경호원 3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지난 3월8일 서울 북창동의 ㅅ클럽에 김 회장과 동행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한화그룹 소속이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김 회장 일행이 지난달 8일 서울 청담동 ㄱ가라오케 및 북창동 ㅅ클럽 등지에서 ㅅ클럽 사장과 종업원들을 폭행했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경찰은 또 이날 이 용역업체 대표 등 간부 3명을 불러, 김 회장이 보복 폭행을 할 때 동원한 이들의 신원 등을 캐물었다. 이들은 경찰서를 빠져나가면서 김 회장이 직접 폭행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 회장이 ㅅ클럽을 찾아가 사장을 직접 폭행했고, 서울의 한 야산에서 종업원들을 폭행했다”는 목격자와 관련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와, 김 회장의 직접 폭행 여부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27일에는 한화 쪽 경호 책임자 2명을 부르고, 28일 북창동 유흥주점 사장과 종업원 5명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김 회장의 둘째아들은 다음주에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김승연 회장은 전체 조사가 끝난 뒤 혐의가 확실시될 때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인 만큼 수사력을 집중해 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며 “강제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 기법을 동원해 실체적 진실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김회장이 ‘내아들 눈 맞았으니 너도 눈 맞으라’ 계속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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