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까지 성적 줄세우나” 교육계 우려 목소리 거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을 공개하라는 1심 판결에 덧붙여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까지 공개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오자, 교육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이 공개되면 초·중·고 학생들의 실력을 학교별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학생 개인 정보는 제외되지만 학교 간, 지역 간 학력 차가 드러나는 것이다. ‘어린 초등학생, 중학생들까지 성적으로 줄세울 것이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능 성적에다 고 1년생 성적까지 공개되면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 고교들의 학력 차도 드러나, 학교정책의 근간인 고교 평준화 정책을 흔들고 고교등급제 도입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전산기기 접근만 허용하는 등 정보 공개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원고 쪽이 자료 공개를 목적으로 소송을 냈고 또 연구 결과물 공개를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그런 조처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태도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업 성취도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현실에서, 어린 학생들이 겪을 위화감 등을 어떻게 감당하자는 것이냐”고 말했다. 윤신혁 일산대진고 교사는 “정보 공개가 시류라지만, 학교 서열화 가능성이 있고 교육 목표가 성적 향상에만 편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황기우 총신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가 극명하게 서열화되며 치열한 정글의 법칙이 격심해질 것”이라며 “시장 논리가 전면에 등장해 공교육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한재갑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연구 목적에만 한정한다면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경자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학생이 부족한 점을 알게 되고, 교사들도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중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론 사교육 심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합리적이고 실증적인 교육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낸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대표(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진국들도 국가수준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연구에 활용하도록 권장한다”며 판결을 환영했다. 이수범 박창섭 최현준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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