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태운 외제 승용차가 29일 오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남대문경찰서 앞에는 400여명의 경찰관이 배치됐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올초 새 CI 발표…주력 정비·국외 진출 의욕찬 행보
이미지 추락 우려속 ‘총괄 대행’없어 비상대책 분주
이미지 추락 우려속 ‘총괄 대행’없어 비상대책 분주
그룹 회장의 폭행사건에 휘말린 한화그룹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김승연 회장이 경찰로 들어간 29일 오후,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사옥의 임직원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기업 이미지의 추락은 물론, 자칫 경영공백이 장기화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일고 있다.
이 빠진 트라이 서클=한화는 올해 초 새 기업통합이미지(CI)를 발표했다. ‘신뢰(trust)·존경(respect)·혁신(innovation)’을 뜻하는 세 개의 원이 만나는 형상을 내세워 제조·건설, 금융, 서비스·레저 등 세 축의 주력사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소비자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대대적 광고전을 펼쳐왔지만 이도 이날부터 일제히 중단됐다.
한화그룹은 최근 ‘국외진출 확대를 통한 세계기업으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왔다. 특히 김 회장은 주요 계열사 5곳의 등기이사를 직접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지난 1월말 타이 방콕에서 긴급 소집한 임원회의에선, 현재 그룹의 연매출 22조원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국외매출 분야를 2011년 40%까지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계열사 사장들에겐 ‘글로벌 경영, 인재 육성, 신성장 동력 발굴’ 등 3가지 핵심과제를 던져주고 공격적인 경영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이 올해 상반기 중 중국의 합자파트너를 가시화하기로 하는 등 국외진출이 구체화하고 있던 중에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1980년대 김승연 회장이 취임한 이래 한화는 외형이나 사업구조에서 부침이 심한 그룹으로 평가되어 왔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때는 계열사 각 사무실마다 ‘필사즉생, 필생즉사’(죽을 각오를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는 ‘사훈’을 걸어놓고 정유·발전·휴대전화 등 주요 사업부문을 과감히 정리해, 당시 정부로부터 ‘재벌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기도 했다. 2002년 대생 인수를 ‘터닝포인트’로 삼고 한화는 최근 몇년간 강한 확장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한때 15개까지 줄었던 계열사는 다시 34개까지 늘어났다. 재벌기업 가운데 현재 자산순위 열번째다.
비상경영체제 가동되나?=이번 사건에도 김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한화의 지분 현황을 보면, 김 회장이 22.64%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남 동관씨를 비롯한 아들 삼형제의 지분(7.78%) 등 특수관계인 것까지 합치면 35%에 이른다. 경영권 승계에 대비한 준비도 착실히 해와, 앞으로 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고리 구실을 할 한화에스엔씨의 경우 세 아들이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김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총괄할 수 있는 중심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워낙 김 회장의 ‘카리스마’로 움직이다 보니 그룹 차원의 경영자원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평가도 많다. 그룹의 지휘부 기능을 해온 구조조정본부는 지난해 연말 경영기획실로 축소 개편됐다. 또 과거 박종석, 박원배 부회장 등 평소에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던 원로경영인도 지금은 없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그룹의 한 임원은 “올해 초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로 전환한 만큼 겉으로는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야 하는 업무나 대규모 투자가 뒤따른 사업은 아무도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돼 구조적으로 속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한화그룹 지배구조
한화그룹은 최근 ‘국외진출 확대를 통한 세계기업으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다시피 해왔다. 특히 김 회장은 주요 계열사 5곳의 등기이사를 직접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강한 의욕을 보였다. 지난 1월말 타이 방콕에서 긴급 소집한 임원회의에선, 현재 그룹의 연매출 22조원 가운데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국외매출 분야를 2011년 40%까지 끌어올릴 것을 지시했다. 계열사 사장들에겐 ‘글로벌 경영, 인재 육성, 신성장 동력 발굴’ 등 3가지 핵심과제를 던져주고 공격적인 경영을 독려했다. 이에 따라 대한생명이 올해 상반기 중 중국의 합자파트너를 가시화하기로 하는 등 국외진출이 구체화하고 있던 중에 이번 사건이 터진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조사를 받은 서울 남대문경찰서 진술녹화실 내부 전경. 김 회장은 방음시설이 돼 있고 녹화 카메라가 설치된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진술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거나 안정적 조사가 필요할 때 진술녹화실을 사용하게 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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