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배 불’ 대형참사 막아
지난 28일 새벽 6시20분께 인천 팔미도 앞쪽의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 23해상검문소. 망원경으로 바다 위를 감시하던 ‘견시병’ 고형규(23) 병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몇㎞ 떨어진 바다 위에서 갑자기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시커먼 연기는 한 선박을 휘감은 채 계속 퍼져가고 있었다. 선상 화재였다.
고 병장의 보고로 방어사령부에 비상이 걸렸다. 곧바로 인근 고속정 2척과 경비정 6척에 출동 지시가 떨어졌다. 해경과 근처 어선들에도 화재 상황이 긴급 전파됐다.
그런 동안에도 불이 붙은 20t급 낚싯배 707플립호의 상황은 더욱 급박해지고 있었다. 불길이 점점 세지면서, 더 피할 곳이 없어진 뱃머리 쪽 승객부터 잇달아 바다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새벽 바다 위로 “살려달라”는 절규, 가족을 찾는 아우성이 메아리쳤다.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한 승객 29명과 선장, 기관장 등 31명 모두가 바닷물 속으로 뛰어내렸다. 다행히 모두 구명복을 입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언제 차가운 해류에 떠밀려 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구조의 손길을 내민 건 마침 근처를 지나던 민간 예인선 ‘와이티엘’호였다. 선원들이 승객들을 차례로 건져올리는 사이, 해군 함정과 해경 경비정도 도착했다. 해군 고속정이 해수 소방펌프를 가동하자, 불길도 잦아들었다. 결국 40여분 만에 31명이 모두 구조됐다. 6명은 화상과 탈진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고가 민·관·군의 합동 구조작전으로 수습되는 순간이었다.
707플립호는 이날 새벽 5시30분께 인천 연안부두를 떠나, 해리도 인근 해상에서 낚시를 준비하던 중 6시18분께 갑자기 불길과 연기에 휩싸였다고 승객들은 전했다. 사고 조사를 맡은 해경은 선박 내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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