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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대받는 아이들 ‘공포의 집’으로 다시 돌아가

등록 2007-04-29 20:30수정 2007-04-29 23:04

2006 학대피해 어린이에 대한 최종 대처
2006 학대피해 어린이에 대한 최종 대처
방임·매질·유기…학대받는 아이들 74%
#1 초등학교 5학년 ㄱ군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와 함께 지하방에 살았다. 아버지는 술에 취하면 쇠파이프로 ㄱ군을 마구 때렸다. 한 보호기관이 ㄱ군을 데려오려 했지만, 친권자인 아버지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아이를 뺏기면 기초생활수급 등 지원이 끊기는 걸 원치 않는 이런 부모들은 아이를 내놓지 않는다. 이 기관은 아이를 보호하느라 ‘무서운’ 아버지와 씨름을 계속해야 했다.

#2 올해 6살 ㄴ양은 친아버지한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주변의 신고로 아버지는 구속됐지만, 보호기관은 고민에 빠졌다. 이혼한 어머니도 아이를 심하게 때린다는 얘기를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모를 대신할 후견인을 찾아줘야 하는 자치단체장은 친권 개입을 꺼린다. 때문에 ㄴ양은 기관의 보호를 떠나 어머니의 집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06 아동학대보고서’ 5202건 학대 확인…전년도보다 12% 늘어

집 안 깊이 숨겨진 ‘어린이 학대’가 드러나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나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공포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9일 보건복지부가 펴낸 ‘2006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8903건이 어린이 학대로 신고됐으며, 현장조사 결과 5202건이 학대로 확인됐다. 이는 2005년보다 신고는 11.3%, 학대를 확인한 건수는 12.3% 늘어난 것이다. 또 학대 사례 5202건 가운데 학대자가 부모인 경우는 83.2%(4326건)였는데도 전체의 73.7%(3834건)에 이르는 피해 아이들이 원래의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학대 재신고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실태에 대해, 정부나 자치단체들은 ‘원가족의 보존과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해명하고 있다. 반면 일선 보호기관 직원들은 “대책 부족으로 아이들이 위험 지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학대받은 어린이에 대한 보호 시스템이나 법적·제도적 장치가 소극적이고 허술하기 때문이라는 게 일선 보호기관 직원들의 얘기다.

실제로 아이들의 보호기관 수용 여부를 법원에 청구하는 자치단체들은 친권자인 부모로부터 아이들을 떼어내기를 꺼린다. 또 위탁가정이나 그룹홈 등 아이를 보낼 곳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여전히 학대의 위험이 상존하는 ‘위험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 보호기관의 전문가는 “아이가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는데도, 해당 시는 친권상실 청구를 일단 미루더라”며 “친권자 동의 없이 3일만 보호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선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가해자 83%는 부모…‘원가정 존속’ 취지는 무색·아동 보호 법적장치 시급

또다른 보호기관의 전문가도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여섯살배기 딸을 때려서 폐에 멍까지 들었는데, 돌려보냈더니 한달 만에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며 “친권을 중시하다 보면, 아이를 때린 부모를 처벌하기도 힘들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학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회적 지원과 법 개정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복지법인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와 ‘굿네이버스’ 등은 현행 아동복지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아동학대방지법’ 제정 운동을 펼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김성철 사회복지사는 “저출산·고령화 걱정을 하면서도 이미 태어난 아이들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친권에 대항해 아이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과 치료를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아동학대방지법을 다음달 입법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복지부 보고서에서 나타난 학대 유형별 비중을 보면,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방임이 39.1%(2035건), 정서학대 11.6%(604건), 신체학대 8.4%(439건), 성학대 4.8%(249건), 유기 1.5%(76건), 중복학대 34.6%(1799건)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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