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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 형사소송법에 따른 ‘수사·재판의 재구성’

등록 2007-05-01 19:12수정 2007-05-01 22:48

새 형사소송법에 따른 국민 참여재판 법정
새 형사소송법에 따른 국민 참여재판 법정
중범죄 피고인 원하면…평결은 권고적 효력
지난달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안’(배심제)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수사와 재판 등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죄가 선고된 한 사건을 새로운 수사·재판 절차에 따라 재구성해본다.

배심원단 앞 유·무죄 공방 → 재판장이 형량 최종결정

변호인 입회 조사=고물상과 식당을 경영하는 신아무개(63)씨는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인 고물상 직원이 자녀들을 제대로 돌 볼 능력이 안 되자, “자식들을 돌봐 주겠다”며 직원의 두 딸을 식당 거실에서 지내도록 했다. 신씨는 몇 달 뒤 식당 거실에서 자고 있던 당시 9살짜리 첫째딸을 성폭행하는 등 2년 동안 네 차례 성폭행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신씨는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신씨는 자신의 변호인과 함께 검찰 조사실에 들어갔다. 검찰은 “피해 어린이의 진술이 확보됐다”고 추궁했지만, 신씨는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날 외출하고 없었다”며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신씨는 검찰 수사관의 추궁이 이어질 때마다 옆에 앉은 변호인과 상의했다. 자신에게 불리하다 싶은 질문에는 변호사와 상의해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수사과정 영상녹화=검찰은 “외출 시각 등 당시 정황에 대한 진술이 법정에서 바뀔 수 있으니 영상녹화를 하자”고 신씨에게 제안했다. 신씨의 변호사는 “굳이 할 필요가 없다”며 말렸으나, 신씨는 “괜찮다”며 동의했다. 4시간 동안의 조사 과정이 모두 비디오로 촬영됐다. 검찰은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씨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신씨를 기소하면서 피의자 신문조서와 함께 영상녹화 테이프를 법원에 냈다. 영상녹화물은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조서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할 땐 조서 내용을 입증하는 보조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심원 앞에서 검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공방=살인죄, 강도와 강간이 결합된 범죄, 3천만원 이상의 뇌물죄 등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 등에서 피고인이 원하면 배심제가 적용된다. 미성년자 강간죄는 형량이 징역 5년 이상인 중범죄에 해당하므로, 신씨는 배심재판을 요구했다. 배심원단은 법원 관할구역에 사는 20살 이상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뽑힌 7명으로 구성됐다.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인 경우 배심원이 9명으로 늘어난다. 국회의원, 군인 등 배심원을 하기 어려운 직업을 가진 주민은 제외됐다. 검사와 신씨는 배심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평결은 만장일치로=배심원들은 1차 평의에서 만장일치에 이르지 못했다. 배심원의 판단은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일부 배심원이 “신씨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다수 배심원들은 신씨 진술이나 알리바이를 주장하는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며 신씨가 유죄라고 반박했다.

결국 신씨의 무죄를 주장했던 배심원들이 2차 평의에서 유죄로 돌아섰다.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신씨의 유죄 의견을 내고, 형량은 징역 5년을 권고했다. 배심원단의 결정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지만, 재판장은 배심원단의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신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배심원들이 제시한 양형은 따르지 않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판사는 배심원의 유무죄 판단과 양형 의견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판사가 배심원의 결정과 달리 선고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배심원은 재판과 관련해 청탁과 함께 돈이나 선물을 받으면 금품수수죄가 적용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또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누설할 땐 비밀누설죄로 처벌된다. 배심원에게 청탁이나 협박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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