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 빼내 강의자료 활용…미 간호사 서울시험 폐지 위기
한국 학원들이 기출문제를 빼내 ‘족보 강의’를 하는 관행에 놀란 세계 시험기관들이 잇따라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사협회는 2일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이 한국에 있는 시험준비 학원들이 기출문제를 조직적으로 빼돌려 강의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서울 시험 실시를 철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회가 감시 활동에 나서고 간호협회장 추천서 첨부 등 응시자격 강화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서울 ㄱ학원 등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생들이 문제를 기억해내 학원에 주면 학원들은 이를 이용해 ‘문제 족보’를 만들어 강의 자료로 활용해왔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미국간호사시험은 물론, 미국 대학수학능력자격 시험인 에스에이티(SAT), 토플, 토익 등은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된다. 이 때문에 시험주관기관들은 시험문제 유출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학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시험을 치르게 한 뒤 기출문제를 빼내거나 학원 응시생이 시험문제를 복기하도록 해 ‘족보’를 만든다. 에스에이티, 토익 등 국제시험들은 국내에서 모두 ‘족보’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미국 쪽은 “기출문제를 족보로 만들어 인터넷이나 학원을 통해 강의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국내 관계 기관에 시정 요청을 한 상태다.
미국간호사시험은 미국령 이외에도 한국과 영국, 홍콩, 캐나다, 호주, 독일, 인도, 일본, 멕시코, 태국에서 현지 시험을 실시한다. 한국에서는 2004년 5월부터 시험이 실시됐는데, 전문직 이민과 취업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해마다 응시자가 20% 안팎 늘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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