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 대거 거느린 ‘공룡’ 연예기획사…회장등 4명 영장청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연예기획사인 ‘팬텀’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정인창)는 지난 1일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 등)로 팬텀엔터테인먼트 그룹 이아무개 회장과 이아무개 전 대표 등 회사 관계자 4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회장 등은 차명계좌를 통해 회사 주식을 팔면서 양도소득세 18억원 가량을 탈루하고, 회삿돈 6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장이 청구된 팬텀 대주주 등의 영장실질심사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팬텀은 2005년 음반회사 이가엔터테인먼트와 영상회사 우성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회사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뒤 골프공 제조업체인 팬텀을 인수·합병하면서 탄생했다. 팬텀은 지난 3월 자회사인 도너츠미디어(옛 팝콘필름)를 통해 디와이(DY)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합병했으며,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용만, 이혁재, 박경림, 신정환, 윤종신, 노홍철, 윤정수, 유정현 임백천, 지상렬, 박경림, 아이비 등 유명 연예인들을 대거 소속시키고 있다. 팬텀은 또 최근 한국방송 강수정 아나운서와 문화방송 김성주 아나운서를 잇따라 영입해 화제를 모았으며, 방송사 쇼 프로, 드라마 외주 제작과 해외 시장 진출에도 나서 ‘공룡화한 연예기획사’의 대명사로 불려져왔다. 방송사 피디들 사이에서는 “방송사와 팬텀이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방송계의 판도가 좌우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팬텀은 2005년 출범 때 상장 폐지 직전의 기업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코스닥에 우회상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주식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조사에 나선 증권선물위원회는 2005년 11월 “대주주와 대표이사 등이 엔터테인먼트 관련 회사를 우회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팬텀의 주식 34%를 14인 명의로 위장 분산해 놓은 뒤 통정매매, 고가 매수주문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조종했다”며 이 회장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팬텀 주식은 두 달만에 12배 뛰었는데, 이 과정에서 대주주 등은 남의 이름을 빌려 취득했던 주식을 처분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증선위는 밝혔다.
하지만 고발을 접수한 서울동부지검은 7개월 가량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해 6월 주가조작 부분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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