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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김회장 보복폭행사건’ 멀리서 보기

등록 2007-05-02 20:54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의 줄기를 집어 보면, 사건의 파장 만큼이나, 사건을 수사하고 수습해 가는 힘의 메카니즘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이 사건을 다루는 몇몇 주체들에게서 일정한 연결 고리가 존재하고 있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도, 아울러 보여 준다.

이번 사건을 몇개의 포인트로 나누어 보자.

첫째는, 사회 구성원 간의 사소한 다툼의 해결 방식이다. 술좌석에서의 다툼은 있을 수 있는 현상이다. 이 다툼이 서로를 상해하는 폭력으로 이어져 시비가 생겼다면 합의나, 합의가 안되면 고소. 고발을 통해 시비를 가리고, 판단은 사법기관에 맡기는 것이 절차고 상식이다. 이렇게 했다면 큰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정리되는 문제였다.

둘째는, 이 다툼을 위와 같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사회적 절차를 따르지 않고, 상대에 대한 '보복폭행'의 방식으로 사형(私刑)을 집행해 놓고 돈과 권력의 힘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점이다. 2차 폭력이 사건을 키운 셈이다. 만약, 김승연 회장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보복행위는 엄두도 못내었을 것이다. 이는 돈과 권력을 과신하는 김승연 회장이 사회적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어긋난 자신감이었을 것이다.

세째는, 이 사건의 첩보를 수집해 내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폐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경찰의 석연치 않은 태도다. 한화그룹 고문인 전 경찰청장의 전화, 재벌회장이 연루된 중대한 사건임을 알면서도 수사권을 미룬점. 예고를 하고 집행한 압수수색 등, 여러 면에서 나타나는 경찰의 행태는 상식을 벗어나 있기에 의혹을 살만하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강한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네째는, 한화가 그룹차원에서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수습하고 덮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미 피해자들의 진술과 주변의 증언에서 증거인멸, 회유, 협박 등이 있었고, 법무팀을 중심으로 법리적으로도 치밀하게 준비를 해 왔다는 것은 경찰에 대한 대응의 자세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승연 회장과 그의 아들이 불리한 진술과 행동을 당당히 거부하는 태도가 더욱 그렇다.

다섯째, 언론의 취재망은 사소한 사건까지도 포착하는 데, 대기업 회장이 연루된 비중있는 사건이 무려 50여일 동안이나 취재망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은 말이 안된다. 결국 알고 있으면서도 모종의 커넥션이 있어 이를 숨기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언론도 돈과 권력의 힘에 침묵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한겨레 신문의 용기있는 보도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자, 타 언론들은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보도를 시작하였고, 경찰 역시 그제서야 수사인원을 대폭 늘리며 뒤늦게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한화 그룹이 치밀하게 준비해 둔 대응을 시작하면서 부터, 경찰이나 언론이나 사건을 조금이라도 더 까발려야 자기 책임이 더 가벼워 지기에 난리법석인 것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청담동 술집에서 1차 다툼 발생 -> 김승연 회장과 그 일행의 '보복폭력' 발생 -> 한화측의 조직적인 수습 시도 -> 사건 피해자 회유, 협박, 증거인멸 -> 관련기관 입막기 -> 언론 입막기 -> 사건 전모 덮기의 과정이 은폐세력에 의해 전방위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돈과 권력의 영향권에 있는 연결 고리가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상이, 우리사회에서 돈과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검은 연결 고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번 사건의 줄기다. 만약, 다른 재벌그룹 회장이 같은 사건을 저질렀어도 비슷한 과정과 결과를 낳았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사건의 진원지가 가진 힘의 크기에 따라 침묵의 크기도 같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원론적으로 따져서 해결되지 않음이 문제다.

결국, 이번 사건을 사건의 주체들이 사회적 절차에 따라 얼마나 공정하게 책임을 지고 수습하느냐가 문제다. 한화측이 회장 개인의 문제로 그룹 전체가 나서서 비호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것이야 말로 한화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더럽히는 일이다. 언론은 호들갑떨지 말고 기사가 넘치는 때에, 할일이 없거든 '사회정의'가 우리사회에 미치지 않는 부분을 살펴 볼 일이다.

경찰은 수사를 미루다가 증거를 잃어 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이를 만회하려면 철저한 수사로 한점의혹도 없게 해야 한다. 또한 내부적으로 한화측의 돈과 권력에 놀아 난 사실이 있다면 밝혀내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검찰과 법원은 이번 기회에 '사회정의'가 돈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만 들이대는 잣대가 아님을 보여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사건의 결과는 상징성이 크다는 것을 알아 주기 바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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