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유죄땐 이회장 조사 재개”
삼성에버랜드 사건의 항소심 선고가 재판이 시작된 지 1년 반 만인 오는 29일 내려진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강찬우)는 3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조희대) 심리로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 헐값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게 각각 징역 5년과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피고인들에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원심을 파기하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에 끼친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되는데, 1심 재판부는 2005년 10월 이들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산정할 법적 기준이 없다”며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허 전 사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 사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변호인단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해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이 회장의 자녀들에게 넘겼다는 증거가 전혀 없는데도 1심 재판부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며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맞섰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인정되면 허 전 사장 등과 함께 고발된 이건희 회장 조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검찰은 삼성 그룹 차원의 공모 과정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 회장에 대한 소환 조사만 남겨 둔 채 항소심 선고 결과를 기다려왔다. 검찰은 허 전 사장 등이 항소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이 회장을 소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지난 1월18일 내려질 예정이었으나, 선고 공판을 이틀 앞두고 공소장 변경 여부를 둘러싼 논란으로 갑자기 심리가 재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또, 전환사채 배정 이후 이사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공소장을 변경하는 문제를 두고 재판부와 검찰이 이견을 보였는데, 검찰은 최종적으로 이날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