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수사 중간 상황
둘째 아들 친구 찾는 전담반 소득없고
CCTV·휴대전화 기록 추적도 성과없어
CCTV·휴대전화 기록 추적도 성과없어
경찰은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술집 종업원을 폭행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오자, 서둘러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신속한 수사 확대를 통해 늑장·은폐 수사라는 비난을 잠재워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하지만 수사 주체를 둘러싼 경찰 내부의 잡음부터 터져나오는 등 수사는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수사의 본류인 보복폭행 사건에서도 김 회장을 형사처벌하겠다는 의욕은 앞서지만 물증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우선 폭행 현장에 김 회장의 둘째아들(22)과 함께 있던 친구 이아무개씨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전담반까지 꾸렸지만 아직 소득은 없다. 또 서울 북창동 ㅅ클럽 사장으로부터 입수한 폐쇄회로텔레비전 녹화 자료 역시 복구 가능성이 희미하다. 김인옥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장은 “노력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일로부터 시간이 오래돼 복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가회동 김 회장 집의 차량에서 떼어온 흙과 나뭇가지 등도 분석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경찰은 승용차 타이어와 시트에서 추출한 흙과 나뭇가지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겨 분석을 의뢰했다. 하지만 50여일이 흐른 뒤여서 청계산 공사장 흙과 동일한 것인지 입증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진척된 부분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이다. 경찰은 청계산 공사장에 동행한 경호원 몇명의 통화내역을 확보한 상태이며 둘째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도 입수해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 만약 둘째아들이 현장에서 통화한 흔적이 있다면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한 폭행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인 명의 휴대전화를 사용한다는 김 회장의 휴대전화 추적은 아직 성과가 없다.
또 한 언론에 ‘경찰이 폭행 장면을 찍은 휴대전화 동영상을 입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경찰은 동영상 존재 여부를 다각도로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신청은 애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한편에선 김 회장을 구속하려면 물증이나 다른 혐의 등을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지금까지 확보된 사실만으로도 구속영장 신청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상대가 법무팀이 있는 대기업이어서, 구속영장이 확실히 발부될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쪽 변호인단을 의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경찰은 물증이 나오지 않아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는 방침엔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통상 폭행사건에서는 피해자 조서와 목격자 진술, 진단서 등이 갖춰지면 영장 신청과 발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정훈 최원형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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