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법인 이용한 ‘론스타식’ 세금회피에 대한 엇갈린 판결
휴면법인 인수뒤 건물 산 회사에 12억 과세…대법 판결 주목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부동산을 구입해 중과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론스타식 세금회피’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정종관)는 3일 ㄱ사가 서울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등록세 등 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ㄱ사에 중과세를 물리는 것은 정당하다”며 지난달 26일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전아무개씨는 6년 동안 영업활동을 하지 않은 ㅅ사를 지난해 인수해 이름을 ㄱ사로 바꾼 뒤 181억원짜리 건물을 구입했다. 대도시에서 법인 설립 5년 안에 부동산을 취득하면 지방세 300%를 중과하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양천구청은 “ㅅ사는 사실상 새로 설립한 법인”이라며 중과세율을 적용해 12억원의 세금을 물렸고, ㄱ사는 “4억여원만 내면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ㅅ사는 ㄱ사가 인수한 뒤 상호, 본점 소재지, 사업 목적, 임원, 주주 등 인적·물적 구성이 전혀 다르게 바뀌었기 때문에 별개의 법인으로 봐 중과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안철상)는 이보다 앞선 지난달 10일 똑같은 수법으로 세금을 적게 낸 론스타에게 강남구청이 중과세를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부는 “법인의 동일성 기준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주주·사업목적과 같은 법인 실체의 변경을 새로운 회사의 설립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부의 판단은 ‘조세법률주의’와 ‘조세정의’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갈린 셈이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은 “법의 허점을 이용한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법 조항에 없더라도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과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납세자에게 유리할 때는 법률을 유추·확장해 해석할 수 있지만, 납세자에게 불리할 때는 법률에 근거해서만 과세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조세 원칙”이라고 반박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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