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박원순 변호사 등 사회 각계 인사들이 법정 소송으로 어려움에 처한 일본 조선학교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 모금’(상임대표 김용택)은 오는 25일 발족식을 열고 일본 도쿄 에다가와의 조선 제2초급학교(위)를 돕기 위한 모금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오충일 국정원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수경 스님, 이선종 원불교 서울교구장, 정희성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등이 공동대표로 참여한다. 다음달 15일까지 1차 모금, 8월15일까지 2차 모금을 진행하고, 유명인사 소장품 자선 경매, 사진전, 콘서트 등도 펼칠 예정이다. 아름다운가게, 동북아평화연대, 국외동포단체 등과도 연대한다.
조선 제2초급학교는 일본 정부가 1940년으로 예정됐던 도쿄올림픽(당시 전쟁으로 실제 개최되진 못했다) 준비를 위해 에다가와 쓰레기매립장으로 강제 이주시킨 재일동포들이 1946년에 세웠다. 이때부터 무상으로 대여받아 사용해오던 운동장에 대해 도쿄도 정부가 40억원의 임대료 청구와 토지 반환 소송을 낸 건 극우인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도지사에 당선된 몇해 뒤인 2003년 12월. 정부와의 합의에 따른 무상대여 기간은 1990년에 끝났다는 이유에서였다. 3년여의 힘겨운 법정싸움의 시작이었다.
재판부는 지난 3월 도쿄도와 학교와의 화해권고를 결정하며 6월29일까지 실제 땅값의 10% 미만인 1억7000만엔(14억원)만 내면 학교가 운동장을 소유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학교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지만, 문제는 석달여 만에 14억원이라는 큰돈을 마련할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었다.
이런 사정은 지난달 29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스페셜> ‘도쿄, 제2학교의 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졌다. 프로그램이 나가자 “돕고 싶다”는 시청자 의견이 수백건씩 쏟아졌고 ‘도쿄 조선 제2초급학교를 위한 모임’(
cafe.naver.com/edagawaschool) 인터넷 카페도 생겼다. 일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 모금’이 개설한 통장(신한은행 330-03-004075)으로 성금을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기홍 피디도 ‘에다가와 조선학교 지원 모금’과의 연대를 논의중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작가 임재현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