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사건 공소장 변경 관련 일지
‘몸통수사’ 노린 검찰전략 통할까
“이사 의무 강조땐 이건희 회장 유죄 입증 불리”
“이사 의무 강조땐 이건희 회장 유죄 입증 불리”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최대 주주가 된 지 11년, 고발된 지 7년, 기소된 지 3년5개월, 항소심 재판이 열린지 1년6개월 만인 오는 29일 에버랜드 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항소심에서는 1심에서의 공방 외에 공소장 변경이라는 쟁점이 추가됐고, 검찰은 선고 결과에 따라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 ‘공소장 변경 거부’ 왜?=공소장 변경 논란은 지난해 12월7일 검찰이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실권한 뒤 에버랜드 이사로서 허태학·박노빈 피고인의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서’를 내며 시작됐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공소사실에 추가하자고 말했다.
피고인의 의무를 공소사실에 명시하겠다는 것은 이들의 유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로서는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검찰은 3월15일 공판에서 “공소장 변경에 관한 의견을 다음 재판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4월19일 “검토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더니,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결국 “기존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건희 회장 등 앞으로 남은 ‘몸통 수사’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많다. 전환사채 실권 뒤 이사의 의무 부분이 강조된다면 허·박씨 유죄 입증에는 유리해지더라도, 아직 수사중인 ‘전환사채 발행 공모→헐값 발행→대주주 실권→이 회장 자녀들 인수’라는 사건 전체 진행 과정의 유죄 입증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제값 받지 않고 전환사채를 이 회장 자녀들에게 넘긴 것은 문제’라는 판단을 바탕에 둔 공소장과 ‘전환사채 배정 과정에서 절차를 위배한 것은 위법’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는 서로 상충한다는 게 변호인 쪽 주장”이라며 “이런 인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시각에 따라서 상충될 수 있는 두 의견을 함께 공소장에 담는 것을 피했다”고 말했다.
수사 재개될까?=일단 허·박씨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된다면 그룹 차원의 공모 부분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수사는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 송필호 중앙일보사 사장, 이학수 그룹 전략기획실장까지 불러 조사했고, 사실상 이 회장 소환만을 남겨둔 상태다. 하지만 유죄 판결이 나더라도 이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것을 명분으로 검찰 수뇌부가 유치 결정일(7월4일)까지는 ‘눈치’를 보며 소환을 미루지 않겠냐는 관측도 있다.
허·박씨에게 무죄가 선고된다면 이 회장 등에 대한 수사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여러 검찰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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