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 추이
쌍춘년 결혼 늘고 이혼 줄어
‘황금돼지해’ 올해도 늘 듯
‘황금돼지해’ 올해도 늘 듯
우리나라의 아기 울음소리가 6년 만에 커졌다. 최근 몇년간 이혼이 줄어든 반면 초혼은 증가하고, 기혼 여성의 출산도 늘어난 덕분에 지난해 출생아 수가 6년 만에 증가했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06년 출생 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도 45만2천명으로 2005년보다 1만4천명 증가했다.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합계출산율은 2004년부터 2년 내리 감소하다가 지난해 1.13명으로 2005년보다 0.05명 늘어났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살)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출산 증가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장 크게는 ‘혼인·출산의 지연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인구학)는 “외환위기 여파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다, 경제적 형편이 다소 나아지면서 결혼을 하고 나이 때문에 서둘러 아이를 갖는 현상이 출산율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혼인은 2만3천여건 증가했고, 결혼 뒤 1년 안에 태어난 첫째아이가 2005년보다 6천여명(약 7%)이나 늘었다. 반면 이혼은 2003년 이후 4만3천건 감소했다.
출산을 미루던 기혼 여성들의 출산도 늘어났다. 결혼한 지 6~9년 된 부부가 낳은 아기가 2005년보다 3천명(약 5%) 증가했고, 결혼 10년이 넘은 부부의 ‘늦둥이’도 1천여명(약 6%) 늘어났다. 둘째 이상 아이는 6천여명(약 3%) 더 태어났다. 박경애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둘째, 셋째 아이가 적게나마 늘어난 것은 정부의 출산 지원 대책이 미미하나마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해가 입춘이 두차례라 결혼하면 좋다는 ‘쌍춘년’이었던 것도 출산율 증가의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3월 결혼한 부부가 출산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10~12월의 출산 비중이 1년간 전체 출산의 30%에 이르는 것이 근거다.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 2~3년간은 출산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혼·출산을 미뤘던 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2~3년간 지속됐던 데 비춰보면, ‘지연의 효과’도 당분간 계속 나타날 수 있어서다. 특히 쌍춘년인 지난해엔 혼인 건수가 1만6천여건이나 증가했고, 올해는 태어나는 아기가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는 ‘황금돼지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산율 증가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조영태 교수는 “이번 출산율 증가는 ‘지연의 효과’ 성격이 강해, 육아 부담 등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사회·경제 여건이 바뀌지 않으면 출산 증가 추세를 낙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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