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장 기각에 대한 법원·검찰의 견해
연예기획사·다단계업체 관련 “구속마땅” 불만
법원 “도주·증거인멸 가능성 잣대 따라 판단”
법원 “도주·증거인멸 가능성 잣대 따라 판단”
최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주요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연예기획사 ‘팬텀’의 대주주 등 4명의 사전구속영장이 무더기로 기각된 것에 대해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검사로서 자존심이 상한다”며 “(검찰이) 밤 늦게까지 수사한 결과 혐의가 인정되는 피의자는 마땅히 구속해 재판에 회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법원이 영장 기각 사유로 탈루한 세금을 납부한 점과 이미 자백하고 있는 점을 든 데 대해 박 차장검사는 “영장이 청구된 뒤 (탈루 세금을) 납부한 것이고, 또 검찰 수사를 받을 때는 가만히 있다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자백했다”고 반박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한 검사는 “(법원의 결정은) 수십억원을 탈세했더라도 영장이 청구된 뒤 세금만 납부하면 불구속된다는 얘긴데,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4일 18억원의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팬텀’ 대주주 이아무개씨의 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불법 다단계 업체 ‘다이너스티’ 관계자들의 영장도 무더기로 기각했다.
순 매출액 7천억원인 다이너스티는 공유마케팅 기법을 이용하는 다단계업체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로, 1조8천여억원의 사기 등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법원은 영장이 청구된 다이너스티 관계자 8명 가운데 장아무개(39) 회장 등 2명의 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 관계자들의 영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로 △지금까지 경찰 소환에 잘 응하고 조사도 잘 받은 점 △책임의 중한 정도를 따질 필요 △방어권 보장 등을 들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은 회사 경영진 또는 최상위 사업자들로 가입자들이 낸 돈 10억원 이상씩을 받아가고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다단계 피의자들은 보통 피해자들에게 돈을 조금씩 주며 합의서를 쓰라고 회유하는데, 이는 증거인멸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주요 사건 피의자들의 영장이 대거 기각되는 바람에 검찰 분위기는 격앙됐다. 팬텀과 다이너스티 사건의 영장 청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정인창)는 지난 주말 부장검사와 검사들이 대부분 출근해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법원은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의 잣대에 따라 사전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했을 뿐”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검찰이 아직도 ‘구속이 곧 처벌’이라는 낡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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