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결국 두번째로 구속됐다.
김 회장은 1993년 그룹 계열사의 국외 공사비를 빼돌려 미국의 호화주택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처음 구속됐다. 하지만 법원은 김 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두 달이 채 안돼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풀어줬다.
김 회장이 다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때 서청원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1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김 회장은 당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출국금지 조처 하루 전날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했다. “기업인 처벌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정치자금을 제공한 재벌들을 선처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던 검찰은 발끈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7개월 만에야 귀국해 재벌 가운데 ‘막차’로 조사를 받은 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2심에서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를 두고 “김 회장이 금융기관 임직원(대한생명 회장) 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김 회장은 2004~2005년 대한생명 인수 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다시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형사처벌을 피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한화 쪽이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를 일부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지만 결정적인 물증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한화가 해외 펀드와 이면계약을 통해 편법으로 대한생명을 인수한 사실도 밝혀냈지만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