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외압 등 관련 남대문서·서울경찰청 등 감찰
경찰은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을 보복폭행 혐의로 구속했지만 경찰 앞에는 은폐·늑장 수사 및 외압 의혹 규명이라는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다. 경찰청 간부는 13일 “곧 본격적인 감찰이 시작될 것”이라며 “대상은 태평로지구대와 남대문경찰서, 광역수사대, 서울경찰청 등”이라고 말했다.
태평로지구대 정말 몰랐나?=경찰은 지난 3월8일 밤~9일 새벽 북창동 ㅅ클럽 종업원이 112로 김 회장의 폭행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현장에 갔다 클럽 안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우리끼리 싸웠다”는 말만 듣고 철수했다. 그러나 이미 신고 때 김 회장 아들이 거론됐고, 얼굴에 상처를 입은 종업원이 있었던 사실 등은 이들의 행적에 의문을 낳게 한다.
더 큰 의문은 ㅅ클럽 종업원들이 “사건 발생 다음날 태평로지구대장이 전화를 해와 김 회장 보복폭행의 전말을 얘기해 줬다”고 말하고 있는데, 태평로지구대장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는 점이다. 또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수십명이 서울 한복판인 ㅅ클럽 안팎에서 1시간40여분 동안 난동을 부렸는데도 남대문경찰서에서 이를 몰랐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보보고도 없었다?=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3월26일 서울경찰청에 첩보보고를 한 뒤 서울경찰청 간부들이 처음 이 사건을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ㅅ클럽 종업원들은 “사건 다음날부터 수시로 형사들이 찾아왔다”고 말하고 있다.
재벌 회장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범죄에 관한 ‘첩보보고’가 아닌 일반 ‘정보보고’도 하지 않았다는 경찰 주장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김조경 남대문경찰서 정보과장은 “전혀 몰라 보고도 없었다”고 말했고, 모강인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도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집회로 현장 정보관들이 김 회장 사건에 관심을 가질 상황이 아니었고, 관련 보고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외압 의혹=이택순 경찰청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광역수사대가 계속 맡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건이 서울 강남과 청계산, 북창동에 걸쳐 있어 광역수사대가 수사하는 게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한화그룹 고문이 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구실을 규명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광역수사대에서 수사하겠다는 사건을 남대문경찰서로 넘긴 것은 최소한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이상 선에서의 ‘결정’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최 전 청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최 전 청장은 사건 발생 2~3일 뒤 고교 후배인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만 드러나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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