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의료사고소송 환자 손들어줘
어지럼증 호소 MRI 늑장 촬영
신경학적 검사 기록도 없어
병원쪽 책임…3천700만원 지급 의료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쪽이 제출한 진료기록 일부를 “믿을 수 없다”며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아무개(78)씨는 2002년 10월22일 저녁 무렵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ㅂ병원으로 갔다. 담당 의사 조아무개씨는 어지럼증으로 진단한 뒤 “자기공명촬영(MRI)이 필요한데 기사가 없어 촬영할 수 없다.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고민 끝에 ㅂ병원에 남기로 결정했다. 문씨가 계속 어지럼증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는 신경학적 검사를 하겠다고 문씨와 가족들에게 말했고, 자기공명촬영은 다음날 정오께에야 이뤄졌다. 촬영 결과 문씨는 뇌졸중으로 판명났고, 신체 왼쪽 부위의 신경이 마비됐다. 문씨와 가족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원고 쪽이 남아 있기를 원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는 13일 “피고는 원고들에게 3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담당 의사가 문씨의 증세에 대해 제대로 된 의학적 검사 결과와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병원을 옮길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병원 쪽은 신속히 야간에도 자기공명촬영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야 할 의무를 어겼다”며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히 22일 밤 11시45분과 이튿날 아침 6시에 문씨에 대한 신경학적 검사를 진행한 결과에 이상이 없었다는 병원 쪽 주장에 대해 “다른 시간에 문씨에게 시행한 검사들은 간호기록지에 다 기록돼 있는데, 신경학적 검사 기록은 없는 것에 비춰 볼 때 그 시각에 이 검사를 시행한 사실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찍 자기공명촬영을 했더라도 완치됐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가족들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병원 쪽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신경학적 검사 기록도 없어
병원쪽 책임…3천700만원 지급 의료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병원 쪽이 제출한 진료기록 일부를 “믿을 수 없다”며 환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문아무개(78)씨는 2002년 10월22일 저녁 무렵 갑자기 심한 어지럼증을 느껴 ㅂ병원으로 갔다. 담당 의사 조아무개씨는 어지럼증으로 진단한 뒤 “자기공명촬영(MRI)이 필요한데 기사가 없어 촬영할 수 없다.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고민 끝에 ㅂ병원에 남기로 결정했다. 문씨가 계속 어지럼증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는 신경학적 검사를 하겠다고 문씨와 가족들에게 말했고, 자기공명촬영은 다음날 정오께에야 이뤄졌다. 촬영 결과 문씨는 뇌졸중으로 판명났고, 신체 왼쪽 부위의 신경이 마비됐다. 문씨와 가족들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의사가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했으나 원고 쪽이 남아 있기를 원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이인복)는 13일 “피고는 원고들에게 3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담당 의사가 문씨의 증세에 대해 제대로 된 의학적 검사 결과와 의견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병원을 옮길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병원 쪽은 신속히 야간에도 자기공명촬영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옮겨야 할 의무를 어겼다”며 원고 쪽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특히 22일 밤 11시45분과 이튿날 아침 6시에 문씨에 대한 신경학적 검사를 진행한 결과에 이상이 없었다는 병원 쪽 주장에 대해 “다른 시간에 문씨에게 시행한 검사들은 간호기록지에 다 기록돼 있는데, 신경학적 검사 기록은 없는 것에 비춰 볼 때 그 시각에 이 검사를 시행한 사실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일찍 자기공명촬영을 했더라도 완치됐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가족들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병원 쪽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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