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타는 경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조직폭력배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서울경찰청은 7월 말까지 폭력배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14일 오후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폭력배 척결을 위한 경찰서장 회의’에 나온 한 참석자가 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물을 마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보복폭행 감찰조사 관련 “수사 지장주면 곤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의 초기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원인을 캐는 경찰의 감찰조사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폐·늑장 수사 및 외압 의혹 감찰조사와 관련해 “보강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태여서 수사에 지장을 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조직폭력배 동원 등에 대한 보강 수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본격 감찰에 들어가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청장의 말과 달리 감찰조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주 경찰청 감찰 관계자가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수사팀 간부 등을 만났고, 지난 13일 한 경찰청 간부는 “현재 감찰이 진행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경찰청 감사관실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등 수사에 참여한 경찰 간부들의 통화내역 등을 제출받아 검토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한 남형수 경찰청 감사관은 “현재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처럼 경찰 수뇌부가 진행 중인 감찰조사에 힘을 싣기는커녕 ‘수사 뒤 감찰조사’라는 ‘서행’ 수순을 밝힌 것은 보강 수사를 핑계로 내부에 칼을 들이대는 것을 최대한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청장은 이날 김 회장 구속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초동수사 미흡과 외압 의혹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서민용 법’과 ‘재벌용 법’이 따로 있다는 생각까지 갖게 됐다”며 “법과 질서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경찰 수사에 대한 감찰이 투명하고 엄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은 물론 다른 기관도 자기 조직을 감찰조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법 지휘체계상 이번 수사의 지휘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조사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 역시 “경찰이 감찰조사를 하면 ‘제 식구 감싸기’밖에 안된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감찰조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한화리조트 감사 폭행현장 동행
경찰 “추가 입건자 나올수 있다”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4일 김아무개 한화리조트 감사가 사건 당일 ‘범서방파’ 간부급 조직원 오아무개(54)씨와 함께 폭행 현장인 청계산과 서울 북창동 ㅅ클럽에 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3월8일 저녁 ㅅ클럽 종업원 4명만 청담동 ㄱ가라오케에 나타나자 김 감사가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4명을 추가로 동원한 사실을 시인했다”며 “김 감사와 오씨는 청계산과 북창동에 동행했다”고 말했다. 김 감사와 오씨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사이로, 사건 당일 저녁 청담동 ㅂ음식점에서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 과장은 또 “ㄱ가라오케 인근 주점 사장인 장아무개(47)씨도 이전에 자신이 종업원으로 데리고 있던 이른바 ‘로얄박스파’ 조직원 2명을 동원해 청계산과 북창동에 간 사실을 시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진아무개(40·구속) 경호과장과 장씨가 친하게 지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재 입건된 15명 외에 추가로 입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김아무개(51) 한화그룹 비서실장과 한화그룹 협력업체 ㄷ토건 김아무개(49) 대표, 경호원 5명 등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강 과장은 “관련자들을 조사하며 김 회장의 진술과 어긋나면 (이들과 김 회장을) 대질신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회장이 지난 1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직후 피해 정도에 따라 피해자 3명에 대해서는 2천만원씩,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1천만원씩 등 모두 9천만원을 변제공탁했다고 밝혔다. 변제공탁이란, 채무자가 빚을 갚으려 해도 채권자가 이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금품을 공탁소에 맡김으로써 채무를 면할 수 있는 제도다. 경찰은 김 회장 쪽이 영장 실질심사에서 “ㅅ클럽 종업원들이 80억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해 ㅅ클럽 조아무개 사장한테 이를 확인했으나 조씨는 “죽어도 그런 적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어영 최원형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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