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가정 등진 남편에 이혼 판결
법원 “갈등해결없이 집 나간 아내도 잘못”
케이블 텔레비전 수리기사였던 백아무개(41)씨는 1995년 김아무개(37)씨와 결혼했다. 이들의 이혼 청구소송 판결문을 보면, 1남1녀를 낳아 행복하게 살던 백씨 부부의 삶에는 1998년께부터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남편 백씨가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진 것이다.
백씨는 급기야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사업에 실패한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게임에만 몰입했다. 김씨는 남편 대신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떠맡았다. 아이들은 친정어머니가 같이 살면서 돌봤다. 하지만 백씨는 직장 일로 바쁜 아내에게 “귀가가 늦다”며 자주 화를 냈다. 친정어머니는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온 사람에게 큰소리를 친다”며 사위를 나무랐다. 부부 사이는 물론, 사위와 장모 사이에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백씨는 2003년 처제의 동의 없이 처제 이름으로 자동차를 산 뒤 세금을 내지 않다가 처제한테 고소를 당했다. 백씨는 벌금 100만원을 물게 됐다. 부부 사이는 더 악화됐다. 결국 김씨는 2004년 8월 아이들과 함께 동생 집으로 옮긴 뒤 백씨를 상대로 이혼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원정숙 판사는 김씨가 백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두 사람의 혼인생활 파탄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 채 가족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은 남편 백씨의 잘못과 갈등 해결을 위한 적절한 조처 없이 집을 나간 김씨의 잘못이 함께 작용했다”고 판단하면서 김씨를 아이들의 친권자로 지정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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