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전의원 수사로 ‘박종철 사건’ 쪽지 원본 공개안돼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의 전방위 로비가 1987년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소중한 자료의 공개마저 붙잡은 것일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18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20년 기념미사’에서 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세상에 알린 쪽지 원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가, 이날 오후 갑자기 이를 연기했다.
이번에 공개하려던 쪽지는 당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부영 전 의원이 교도소 간부를 통해 ‘박종철 사건이 축소·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이 내용을 적어 교도관을 통해 김정남(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씨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비밀 유지를 위해 이 전 의원과 김씨만이 알아볼 수 있는 암호 형태로 작성된 이 쪽지의 내용과 전달 과정은 이미 자세히 알려졌다. 하지만 원본은 김씨의 서류뭉치 속에 묻혀 있다 최근에야 김씨가 찾아냈다.
공개를 연기한 이유에 대해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관계자는 “18일 기념미사에서 공개하기로 지난주에 결정했지만, 쪽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을 다는 작업이 아직 안 끝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 회장 로비 의혹 사건에서 이 전 의원이 수사 선상에 오른 것 때문에 공개를 늦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것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의원 쪽에서 늦춰달라는 연락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사제단 쪽은 이 쪽지에 자세한 해설을 달아 다음달 10일 전에 공개하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할 예정이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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