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화 의원, 김병호 의원, 정형근 의원(왼쪽부터)
검찰, 1천만원씩 받은 고경화·김병호 의원 기소
정치권 긴장…정형근 의원 곧 검찰 출석 뜻 밝혀
정치권 긴장…정형근 의원 곧 검찰 출석 뜻 밝혀
검찰이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이익단체 회원들의 개인 명의 국회의원 후원금에 ‘뇌물죄’라는 칼을 대기 시작했다.
의료계의 정치권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김대호)는 23일 장동익(59) 전 대한의사협회장한테서 현금 1천만원씩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고경화·김병호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 사이 간호사의 업무범위 확대, 의사의 약사에 대한 의심처방 응대 의무 등 의사에게 불리한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장 전 회장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철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두 의원은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의협으로부터 돈을 받은 뒤 나중에 후원금 처리 했지만, 같은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 가운데 같은 방식으로 후원금을 받고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모두 돌려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대가성이 있다면 후원금도 뇌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형사처벌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후원금 악용 처벌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해 7월 김선동 회장의 지시를 받은 에쓰오일 직원 500여명에게서 10만원씩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문석호 열린우리당 의원을 기소했고, 올해 2월 법원은 문 의원에게 유죄를 인정해 징역 8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문 의원의 경우는 나중에 전액 환급받는 10만원 이하 소액 후원금 제도를 악용한 사례다.
검찰의 고·김 두 의원 기소는 여의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익단체가 후원금 형식을 빌려 유관 상임위 소속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생명보험사의 상장 방안 발표를 앞두고 생명보험협회가 금융감독위원회를 관할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편법으로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이 기소한 뇌물 액수가 ‘소액’인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 뇌물액 1천만원으로 국회의원을 기소한 사례가 거의 없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1천만원이라면, 예전 같으면 그냥 가는 돈”이라고 말했다.
한편, 의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도 ‘로비 수사가 끝날 때까지 검찰에 나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바꿔 조만간 검찰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순혁 고나무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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