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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총수가 검찰수사 의뢰하다니” 부글부글

등록 2007-05-27 21:14수정 2007-05-28 00:04

‘안전한 나라.’ 그러나 ‘상처 받은 경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화그룹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서울 경찰청장과 경찰간부들에게 사건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의 본격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휴일인 27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들머리 모습. 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안전한 나라.’ 그러나 ‘상처 받은 경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한화그룹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서울 경찰청장과 경찰간부들에게 사건 관련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찰의 본격수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휴일인 27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 들머리 모습.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이택순 청장, 부하에 책임 미뤄…자존심 뭉개”
“일부선 고교동창 한화증권 고문과 연관 가능성”
“이택순 경찰청장의 비리가 발견되면 내가 먼저 제보하겠다.”

서울경찰청의 한 간부는 지난 25일 이 청장을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경찰청 감사관실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폭행 사건 수사과정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외압 여부에 대한) 신속·공정한 진상 규명을 위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뒤였다.

엄연한 수사기관인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두고 경쟁관계에 있는 검찰에 경찰 치부 수사를 통째로 넘긴 것을 두고 일선 경찰들은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원이 무너져버린 것으로 받아들였다. 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어떻게 경찰청장이 앞장서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경찰관들이 실명으로 “이 청장 물러나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후 경찰청 게시판을 비롯해 무궁화클럽, 폴네띠앙 등 경찰이 이용하는 내부 게시판에 이런 분위기가 날것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한 경찰관은 경찰청 게시판에 “청장님, 지금이라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건을 취하해 주십쇼. 대신 감사원 감사 요구 및 실시, 그리고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동시에 사건을 처리토록 해주십쇼”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경찰관은 경찰청 게시판에 ‘자식들을 팔아먹는 지휘관’이란 제목으로 “자기의 입신양명을 위하여 자식들을 팔아먹는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르겠느냐”고 성토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이 청장이 자리에 연연해 경찰의 자존심을 뭉갰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경찰청의 한 총경급 간부는 “일선에서 뛰는 간부나 경찰관들한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 조직 전체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는데, 경찰 총수가 부하들한테 책임을 넘기는 것으로 비친다는 얘기다.

경찰관들의 반발에는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과 고교 동창인 이 청장이 이번 사건에 개입된 것으로 드러나기라도 하면 경찰은 치유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이번 감찰 조사에서 한화그룹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과는 달리 유 고문의 전화통화 내역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감찰관실은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유 고문한테 이 청장과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는지 묻는 선에서 조사를 그쳤다. 직속 상관인 이 청장의 통화내역 역시 조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청장과 유 고문이 떳떳한 처지라면 통화내역 조사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경찰 간부는 “이 청장과 최 전 청장이 이번 사건을 두고 전화통화를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유 고문과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이택순 청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나를 포함해 누구라도 성역을 두지 말고 철저히 수사해 경찰의 명예를 되살리자’고 하는 대신 부하들만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지난 1월 이청장 내정 뒤 유고문 한화증권에 영입

이택순 경찰청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심은 한화증권 유시왕(55) 고문과의 친분에서 비롯한다. 유 고문은 이 청장과 서울 ㅇ고교 동문이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지난 25일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묻자 “통상적인 관계로 일년에 서너차례 통화한다. 김 회장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전화나 접촉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이 발생한 3월8~9일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의원들은 이 청장이 경찰청장에 내정된 지난해 1월 유 고문이 한화증권에 영입된 것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 고문은 국내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미국의 대학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0년대 말 귀국했다. 이후 한국재무학회 이사, 코스닥증권 전무이사, 비너스캐피탈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2001년 삼성증권 기업금융 담당 경영고문을 맡았다가 2005년부터는 ㄷ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를 지내고 있으며 2006년 한화증권에 영입됐다. 하어영 김영희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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