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 국제회의’ 폐회식장에서 유리(왼쪽)와 미네코 이노마타 모녀가 27일 오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이정아 leej@hani.co.kr
‘비핵화 국제회의’ 참가하러 온 평화운동가 이노마타 미네코-유리 모녀
노조 주부대표 엄마 첫 한국 방문
시민단체 ‘노래 활동’ 딸은 다섯번째
“왠지 무서운 서대문형무소 가볼 터” 금색 눈화장에 왼쪽 귀에만 네 개의 귀걸이, 목에는 금속·가죽 목걸이 너댓개를 늘어뜨린 이노마타 유리(22)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꺼운 돋보기, 염색 안 한 2대8 가르마 머리를 한 이노마타 미네코(54). 두 사람이 모녀지간이라고 짐작한 건 둘이 단단히 낀 팔짱 때문이었다. 첫 한국 방문에 들떠 어쩔 줄 몰라하는 미네코는 일본 도쿄 인근 카나가와현 건설일반노동조합 주부분회 회장이고, 유리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지금은 카나가와현의 시민단체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근활동가다.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서울대에서 열린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 국제회의’에 참석한 두 모녀는 ‘평화’라는 화두를 따라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북한 핵실험 이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동아시아 비핵화에 대해 국제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일본에서만 원수폭금지 일본협의회, 원수폭금지 일본국민회의 등 단체에서 130여명의 반전·반핵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미네코는 “1954년 3월1일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자행된 미국 수소폭탄 실험의 일본인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이번 행사를 알리는 ‘찌라시’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면서 “그 날 이후 함께 가자고 딸을 꼬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잠자코 있던 유리가 한국말로 “잠깐만요”하며 나섰다. 유리는 “한국이 다섯번째다. 올 때마다 반전·평화를 위한 교류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게 아니다”라며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어 “한국에도 일본 못지 않은 미군기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딸의 일장 연설에 미네코는 딸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푸른 하늘은〉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전쟁없이 푸른 하늘 아래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커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노래라는 설명이다. 엄마의 설명에 딸은 금세 노래를 흥얼거리며 “엄마가 어려서부터 불러주던 〈히로시마의 소원〉이라는 노래가 더 좋다”며 맞장구를 쳤다. 28일 이들은 미군기지가 들어설 경기 평택 대추리와 미 공군 사격장인 매향리를 돌아보며 공식 일정을 마쳤다. 29일에는 유리가 한국 방문 때마다 “왠지 무서워서” 가보지 못했다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모녀가 함께 가 볼 예정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김치’ 대신 ‘욘사마~’를 외쳤다. 무뚝뚝하던 두 사람의 얼굴에 하얀 이가 활짝 드러났다. 유리는 “죤지횬(전지현)이 더 좋아요”라며 더 활짝 웃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시민단체 ‘노래 활동’ 딸은 다섯번째
“왠지 무서운 서대문형무소 가볼 터” 금색 눈화장에 왼쪽 귀에만 네 개의 귀걸이, 목에는 금속·가죽 목걸이 너댓개를 늘어뜨린 이노마타 유리(22)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두꺼운 돋보기, 염색 안 한 2대8 가르마 머리를 한 이노마타 미네코(54). 두 사람이 모녀지간이라고 짐작한 건 둘이 단단히 낀 팔짱 때문이었다. 첫 한국 방문에 들떠 어쩔 줄 몰라하는 미네코는 일본 도쿄 인근 카나가와현 건설일반노동조합 주부분회 회장이고, 유리는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지금은 카나가와현의 시민단체에서 노래를 부르는 상근활동가다. 지난 26~27일 이틀 동안 서울대에서 열린 ‘반전·반핵·평화 동아시아 국제회의’에 참석한 두 모녀는 ‘평화’라는 화두를 따라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북한 핵실험 이후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동아시아 비핵화에 대해 국제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일본에서만 원수폭금지 일본협의회, 원수폭금지 일본국민회의 등 단체에서 130여명의 반전·반핵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미네코는 “1954년 3월1일 남태평양 비키니섬에서 자행된 미국 수소폭탄 실험의 일본인 희생자를 기리는 집회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이번 행사를 알리는 ‘찌라시’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했다”면서 “그 날 이후 함께 가자고 딸을 꼬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잠자코 있던 유리가 한국말로 “잠깐만요”하며 나섰다. 유리는 “한국이 다섯번째다. 올 때마다 반전·평화를 위한 교류모임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엄마를 따라온 게 아니다”라며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어 “한국에도 일본 못지 않은 미군기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딸의 일장 연설에 미네코는 딸이 부르는 노래 가운데 〈푸른 하늘은〉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한다고 자랑했다. 전쟁없이 푸른 하늘 아래서 아이들이 평화롭게 커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노래라는 설명이다. 엄마의 설명에 딸은 금세 노래를 흥얼거리며 “엄마가 어려서부터 불러주던 〈히로시마의 소원〉이라는 노래가 더 좋다”며 맞장구를 쳤다. 28일 이들은 미군기지가 들어설 경기 평택 대추리와 미 공군 사격장인 매향리를 돌아보며 공식 일정을 마쳤다. 29일에는 유리가 한국 방문 때마다 “왠지 무서워서” 가보지 못했다는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모녀가 함께 가 볼 예정이다. 사진 촬영을 위해 ‘김치’ 대신 ‘욘사마~’를 외쳤다. 무뚝뚝하던 두 사람의 얼굴에 하얀 이가 활짝 드러났다. 유리는 “죤지횬(전지현)이 더 좋아요”라며 더 활짝 웃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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