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근의사 순국 95돌을 하루 전 25일 오전 서울 남산공원 안중근의사 기념관 앞에서 민족정기선양회 곽태영 회장이 뒤쪽에 있는 ‘민족정기의 전당’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글씨가 새겨진 기념비 철거를 요구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인시위 곽태영씨 “우리 안 친일부터 청산해야” “일본 관동군 장교 출신 다카기 마사오(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 이름)가 쓴 기념비가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세워져 있는 것이 바로 해방 60년을 맞는 한국의 현실입니다.” 도마 안중근 의사 순국 95주기(26일)를 맞아 곽태영(70) 박정희기념관반대 국민연대 상임 공동대표는 25일부터 안중근 기념관 앞에서 “박정희 글씨의 기념비를 철거하라”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곽 대표는 이날 <한겨레> 보도(25일치 9면)를 보면서, 2001년 11월 탑골공원에 걸려있던 박정희 전 대통령 글씨의 ‘삼일문’ 현판을 뜯어내 부쉈던 때와 같은 분노가 끓어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친일진상규명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기구 구성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나이든 애국지사들은 눈물을 흘리며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보기에, 무엇보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정당성을 결여한 독재·군사 정권들이 취약한 권력 기반을 보완하기 위해 친일세력과 야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그런 역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친일 후손들이 나라를 팔아 마련한 재산을 찾겠다며 법정투쟁을 벌이는 일, 윤봉길 의사 사당인 충의사에 걸렸던 박정희 현판을 뗀 양수철씨가 구속되는 일이 바로 우리가 여전히 과거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후손들이 이런 역사적 모욕을 더이상 겪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민족행위자 재산환수특별법’ 등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정책은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본이 ‘독도’를 제 나라 땅이라고 우기는 데는 역사청산을 제대로 못한 우리의 책임도 있다”며 “일본의 망동에 분노하기에 앞서 박정희 글씨 철거 등 우리 안의 친일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민족정기선양회를 중심으로 시민단체와 연대해 ‘박정희 현판·기념석 철거운동본부’를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 대표의 1인시위는 오는 31일까지 계속된다. 한편 안중근 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도 이날 성명을 내 “안 의사의 동상은 친일 혐의가 있는 김경승이 만들었고, 기념석은 일본군 출신인 박정희가 쓰고 세웠다”며 “문화재청은 안 의사 기념관 앞 기념석을 즉시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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