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연구원 심해연구사업단 박정기 단장(뒷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연구원들이 29일 거제도 장목항에 정박한 온누리호 선상에서 태평양 해상 현장 연구에 필요한 안전교육을 받은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태평양 ‘망간 광구’ 탐사 나서는 해양연구원 17명
제12회 ‘바다의 날’을 이틀 앞둔 2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장목면 장목항. 한국해양연구원 남해연구소 앞 부두에 정박한 해양연구선 온누리호 갑판은 응급상황 대처법을 배우는 젊은 사람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답답한 방화복과 산소마스크를 쓰고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들은 해양연구원 심해연구사업단 소속 연구원들이었다.
이들 17명이 이날 연구실을 떠나 온누리호에 오른 것은 올 여름 태평양으로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덩이(단괴)를 찾아 떠나는 길의 사전 준비과정이다. ‘망간단괴’는 심해저에 지름 3~10㎝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널려 있는 광물이다. 망간 말고도 니켈·코발트 등 산업의 기초소재가 되는 금속 성분을 많이 함유해 오래 전부터 선진국 사이에서도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남한 75%크기 7만5000㎢ 배타적 개발권 승인 받아
“2010년엔 채굴 나서자” 산소마스크 쓰고 맹훈련 17명의 연구원들은 태평양 깊은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자원획득 전쟁의 전사들인 셈이다. 해양의 생물·지질·화학·지화학·지리정보 분석 등 다양한 전공 분야와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팀워크가 이들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무기다. 이 ‘한국 심해연구의 대표 선수’들은 오는 7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다른 협력기관 연구원들과 함께 두 팀으로 나뉘어 온누리호에 오른다. 목적지는 미국 하와이 동남쪽 2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 그곳에서 한 달 가량 뜨거운 햇볕, 거센 파도와 싸우며 각자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망간단괴 개발을 앞당기는 연구에 나선다.
올해로 3년째 현장 연구에 참여한다는 여성대원 조규희(28) 연구원은 “한 달 동안 바다 위에서 생활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힘들 때도 있지만 개척자로 일하는 보람과 태평양 한가운데서 은하수를 바라보는 느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태운 온누리호가 떠 있을 바다의 수심 5천m 아래에는 7만5천㎢의 ‘한국 망간단괴 광구’가 설정돼 있다. 한국은 2002년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이 광구에 대한 배타적 개발권을 승인받았다. 태평양 해저 자원탐사에 뛰어든 지 10년 만의 결실이었다. 광구 크기는 남한 면적의 4분의 3에 이른다.
온누리호 선상에서 만난 박정기(44) 심해연구사업단장은 “한국 광구의 가채 매장량은 3억t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가 돼 있다”며 “두 달 가량 이어질 이번 현장 연구는 우선 채광할 구역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망간단괴 개발 연구는 각각 5천m와 2200m 심해에서 채굴시험에 성공한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 견줘서는 다소 늦은 편이다. 하지만 기초기술 개발단계를 넘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30m 해저에서 망간단괴를 끌어 올리는 ‘양광시험’에 성공했고, 올해 말 완성을 목표로 시험용 채광기를 제작 중이다. 심해연구사업단은 정부의 개발일정에 따라 2010년까지 채굴을 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에 박차를 더하고 있다.
최익현 해양수산부 해양개발팀 담당 사무관은 “채광 기준에 대한 국제 논의가 크게 진전되지 않는 바람에, 예산 투입을 조금씩 늦추고 있어 상용화 기술 개발 시점은 조금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2010년엔 채굴 나서자” 산소마스크 쓰고 맹훈련 17명의 연구원들은 태평양 깊은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자원획득 전쟁의 전사들인 셈이다. 해양의 생물·지질·화학·지화학·지리정보 분석 등 다양한 전공 분야와 목표를 향해 흔들리지 않는 팀워크가 이들이 자랑스레 내세우는 무기다. 이 ‘한국 심해연구의 대표 선수’들은 오는 7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다른 협력기관 연구원들과 함께 두 팀으로 나뉘어 온누리호에 오른다. 목적지는 미국 하와이 동남쪽 2천㎞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 그곳에서 한 달 가량 뜨거운 햇볕, 거센 파도와 싸우며 각자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망간단괴 개발을 앞당기는 연구에 나선다.
태평양 망간단괴 개발 한국 광구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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