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을 비롯한 한국방송 경영진은 회사 노무팀 직원이 노조 중앙위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적발된 사건과 관련해 25일 오후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노사 공동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노조 쪽에 제의했다. 또 자진해 본부장급 이상 경영진 전원의 급여를 석 달 동안 감봉하고 노무팀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 사장 퇴진을 요구했던 노조 쪽 관계자는 “추후 회의를 통해 회사 쪽 제안에 대한 노조 뜻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위원장 진종철)는 이날 오전 “정연주 사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29일까지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24일 밤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렇게 결의했다며 “이번 불법 도청사건은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없었던 한국방송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 지회(회장 윤석구)는 성명을 통해 “노조는 감정적인 대응방식을 접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부터 다시 밟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방송 피디협회(회장 이강현)도 “이번 사건을 정 사장 거취와 직접 연결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대응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두 단체는 회사 쪽에 대해서도 “이번 사건을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시스템의 쇄신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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