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잡기 위해 시민을 ‘미끼’로 이용하는 경찰의 수사 관행을 대법원이 질책했다.
신아무개 수사관 등 지하철경찰대 소속 수사관 2명은 지난해 9월4일 새벽 1시께 서울 ㅅ전철역 부근에서 ‘부축빼기’가 자주 일어난다는 제보를 받고 역 근처 공원에 갔다. 부축빼기란 취객을 돕는 척 부축하면서 돈을 훔치는 것이다.
당시 수사관들은 공원 옆 인도에 한 취객이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취객의 바지에 지갑이 있는 것까지 확인한 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잠복에 들어갔다. 25분쯤 지났을까, 회사원 정아무개(51)씨가 취객을 발견하고 공원 옆 으슥한 곳까지 10m 가량 끌고 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그런데 정씨가 취객을 끌고 간 곳은 마침 수사관들의 차 1m 앞이었다. 정씨가 취객의 바지에서 지갑을 빼내는 순간 수사관들이 정씨를 덮쳤다. 절도 협의로 기소된 정씨는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고, “경찰이 부당하게 함정수사를 폈다”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최근 정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면서도,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미끼로 수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취객을 발견한 수사관은 경찰관직무집행법(4조)에 따라 긴급구호를 요청하거나 경찰서에 보호해야는데도 오히려 그런 취객을 이용해 범죄 수사를 벌인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며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방치하면서까지 수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함정수사란 수사기관이 범행 의도가 없는 시민에게 계략을 써서 범죄를 유발시킨 뒤 검거하는 수사 방법으로, 범행 의도를 가진 자에게 범행 기회를 준 것에 불과할 땐 함정수사가 아니다”라며 “정씨는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으므로 잘못된 수사 방법을 쓴 경찰관의 책임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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