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음식점서 젖소·수입산등 한우 둔갑 기승
단속 권한도 농림부·복지부로 나뉘어 효과 없어
“미국산 전면개방 앞서 원산지표시 단속 강화를”
단속 권한도 농림부·복지부로 나뉘어 효과 없어
“미국산 전면개방 앞서 원산지표시 단속 강화를”
“안성산 1등급 한우예요.”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지난달 말 경기도 과천의 한 고깃집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손님은 1인분 180g에 2만원을 넘게 주고 한우를 먹었지만, 찜찜한 느낌이었다. 주인에게 따져 물었지만, 1등급 한우라고 계속 우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손님은 한우 농가가 갹출한 돈으로 홍보 사업을 벌이는 ‘한우 자조금 관리위원회’의 임봉재 기획관리팀장이었다. 고깃집 주인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은 임 팀장은 긴 실랑이 끝에 작은 고기 한 덩이를 받아다 유전자 검사를 맡겼다. 3일 뒤 나온 결과는 ‘2등급 젖소’였다.
시중에 ‘가짜 한우’가 넘쳐난다. 수입 쇠고기나 젖소가 한우로 둔갑해 비싼 값에 팔리는가 하면, 같은 한우의 등급을 속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으로 뼈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이 허용된다면, 이런 속임수 판매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
고깃집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매장 면적 300㎡(90평) 이상 대형 쇠고기구이 음식점은 의무적으로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4월 전국 대형 음식점 620곳의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을 벌인 결과, 87곳(14%)이 원산지를 속이고 있었다.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돼 있지 않은 곳들은 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4만4천여곳에 이르는 쇠고기구이 음식점 가운데 90평이 넘는 곳은 4200곳(9.5%)에 지나지 않는다.
정육점도 다르지 않다. 한우협회가 올 1분기 전국 정육점(대형마트 등 포함) 2408곳을 조사한 결과, 쇠고기 등급 판정서를 내놓지 않은 곳이 590곳(24.5%), 원산지 표시가 아예 없는 데가 182곳(7.6%)이었다. 또 한우·육우·젖소·수입산 등 종류를 표시하지 않은 가게도 132곳(5.5%)에 이르렀다. 전체적으로 열 곳 가운데 한 곳꼴로 위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산지 표시의 경우 지난 한해 동안 이를 어긴 정육점이 346곳이었던 데 견주면 이미 지난해 총 위반 건수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처럼 ‘가짜 한우’가 버젓이 판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속 권한이 나뉘어 있는 탓에 단속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육점 등은 농림부가 맡아 농산물품질관리원이 단속하고,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 고깃집 등은 보건복지부의 위임을 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을 한다. 심상인 농림부 소비안전과장은 “원산지 단속을 일괄적으로 해야 효과적일 텐데, 음식점은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아 농림부에서 손을 댈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남호경 한우협회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앞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강력한 유통 환경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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