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니아쿨’이란 아이디로 안철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활약하던 ㅊ군이 오토바이 절도 혐의로 구속된 뒤 지난달 전남 순천교도소에서 안철수연구소 이병철 대리 앞으로 보내온 편지.
안철수 연구소, 한때 인연맺은 소년 절도범에 보안서적 보내
불우한 가정형편 나쁜길로 들어섰지만
‘제2의 안철수’ 꿈 이루게 도와줘야죠 컴퓨터 바이러스와 싸우는 안철수연구소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신종 바이러스 탓이 아니다. 올해 초 인연을 맺은 한 소년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청소년 컴퓨터보안교실(브이스쿨)에 한 까까머리 소년이 찾아온 건 보안교실 2기가 시작된 지난 1월25일. 소년은 자신을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고2 ㅊ(18)입니다”라고 소개했다. ㅊ군은 이미 컴퓨터 실력이 상당한 고수였다. 이날 강의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 ㅊ군은 ‘스카니아쿨’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구소 홈페이지에 바이러스로 인한 컴퓨터 고장 상담을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스카니아쿨의 해결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활약으로 스카니아쿨은 1~4월 연속 ‘이달의 보안 고수’에 선정됐다. 그러던 스카니아쿨이 4월 중순께 온라인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한 달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던 그에게서 5월 중순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연구소로 날아왔다. “걱정 많이 하셨죠? 저는 순천교도소에 있습니다. 읽을 만한 책 있으면 좀 보내주세요. (컴퓨터) 보안 서적이면 더 좋구요 ㅡ..ㅡ; ㅋㅋ” 꾹꾹 눌러 쓴 넉 장의 편지. 글 말미에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에서 정말 친했던 친구들, 후배들. 여기 있으니 모른 척하고 외면하네요. 도와주세요.” 온라인에서 스카니아쿨은 도둑을 막는 보안 고수였지만, 오프라인에서 ㅊ군은 능숙하게 오토바이를 털었다. 그는 오토바이 넉 대를 훔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3년 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를 붙잡은 전남 광양경찰서 나종화 경사는 “컴퓨터 보안에 특기가 있는지 몰랐는데, 학교도 못 다니고 집안도 어려워 자기 특기를 제대로 못 살린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5년도 넘게 사용한 고물 컴퓨터가 망가져도 새것으로 바꿀 엄두가 안 날 만큼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아버지는 인근에 막노동일이 없어 먼 지역으로 나가는 일이 잦았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했다. 피시방 아르바이트가 컴퓨터 보안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스카니아쿨의 사연을 알게 된 연구소 안에서는 “거리를 두자”는 말부터 나왔다. “절도를 한 것으로 보면 나중에 ‘크래커’(악성 해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도덕성과 공익을 앞세우며 컴퓨터 보안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아 온 터라 ㅊ군과의 관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연구소는 스카니아쿨을 믿었듯, ㅊ군에게도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말 ㅊ군에게 <기업 정보보안 길라잡이> 등 보안 관련 서적 서너 권을 보냈다. 청소년 보안교실로 인연을 맺은 이병철 대리 등은 다음주 ㅊ군을 면회하기 위해 순천행 기차를 탄다. 이 대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 친구는 ‘제2의 안철수가 되겠다’고 조심스레 말하던 까까머리일 뿐”이라며 “결국 ‘착한’ 스카니아쿨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제2의 안철수’ 꿈 이루게 도와줘야죠 컴퓨터 바이러스와 싸우는 안철수연구소에 고민이 하나 생겼다. 신종 바이러스 탓이 아니다. 올해 초 인연을 맺은 한 소년 때문이다. 안철수연구소의 청소년 컴퓨터보안교실(브이스쿨)에 한 까까머리 소년이 찾아온 건 보안교실 2기가 시작된 지난 1월25일. 소년은 자신을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고2 ㅊ(18)입니다”라고 소개했다. ㅊ군은 이미 컴퓨터 실력이 상당한 고수였다. 이날 강의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간 ㅊ군은 ‘스카니아쿨’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구소 홈페이지에 바이러스로 인한 컴퓨터 고장 상담을 하는 사람은 어김없이 스카니아쿨의 해결책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활약으로 스카니아쿨은 1~4월 연속 ‘이달의 보안 고수’에 선정됐다. 그러던 스카니아쿨이 4월 중순께 온라인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한 달이 넘도록 나타나지 않던 그에게서 5월 중순 어느 날 편지 한 통이 연구소로 날아왔다. “걱정 많이 하셨죠? 저는 순천교도소에 있습니다. 읽을 만한 책 있으면 좀 보내주세요. (컴퓨터) 보안 서적이면 더 좋구요 ㅡ..ㅡ; ㅋㅋ” 꾹꾹 눌러 쓴 넉 장의 편지. 글 말미에 속내를 털어놨다. “사회에서 정말 친했던 친구들, 후배들. 여기 있으니 모른 척하고 외면하네요. 도와주세요.” 온라인에서 스카니아쿨은 도둑을 막는 보안 고수였지만, 오프라인에서 ㅊ군은 능숙하게 오토바이를 털었다. 그는 오토바이 넉 대를 훔친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됐다. 3년 전에 이어 두 번째였다. 그를 붙잡은 전남 광양경찰서 나종화 경사는 “컴퓨터 보안에 특기가 있는지 몰랐는데, 학교도 못 다니고 집안도 어려워 자기 특기를 제대로 못 살린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5년도 넘게 사용한 고물 컴퓨터가 망가져도 새것으로 바꿀 엄두가 안 날 만큼 집안 형편은 어려웠다. 아버지는 인근에 막노동일이 없어 먼 지역으로 나가는 일이 잦았고, 어머니는 몸이 불편했다. 피시방 아르바이트가 컴퓨터 보안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스카니아쿨의 사연을 알게 된 연구소 안에서는 “거리를 두자”는 말부터 나왔다. “절도를 한 것으로 보면 나중에 ‘크래커’(악성 해커)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도덕성과 공익을 앞세우며 컴퓨터 보안 대표기업으로 자리잡아 온 터라 ㅊ군과의 관계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연구소는 스카니아쿨을 믿었듯, ㅊ군에게도 희망을 걸어보기로 했다. 연구소는 지난달 말 ㅊ군에게 <기업 정보보안 길라잡이> 등 보안 관련 서적 서너 권을 보냈다. 청소년 보안교실로 인연을 맺은 이병철 대리 등은 다음주 ㅊ군을 면회하기 위해 순천행 기차를 탄다. 이 대리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 친구는 ‘제2의 안철수가 되겠다’고 조심스레 말하던 까까머리일 뿐”이라며 “결국 ‘착한’ 스카니아쿨이 되어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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