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안잡혀 보호책 ‘실종’…사회복귀 도울 쉼터 늘려야
오늘도 밤거리를 떠도는 10대 노숙자들이 있고 때로는 노숙생활 도중 폭력의 희생자가 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투명인간’들이다. 노숙인 대책에서도 미성년자는 빠져있고, 이들의 가정·사회 복귀를 도울 쉼터는 태부족이다.
실태 파악조차 안돼 = “오늘의 노숙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10대 노숙이야말로 한국사회의 위기 징후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광역자활센터 최봉명 간사는 “단순 가출, 정신장애, 소년원·교도소 출소, 시설을 벗어난 아동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지는 10대 노숙은 장기적으로 성인 노숙과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10대 노숙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하는 9∼20살 가출 청소년은 2005년 기준 1만3294명. 이들 가운데 몇명이 거리 생활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 종교시민단체협의회’가 전국의 93개 노숙인 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노숙인 수는 2006년 12월 기준 3280명. 하지만 10대 노숙인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 유재상 팀장은 “통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노숙인들의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제대로 된 대책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18살 이상만 법적 노숙인=10대 노숙은 엄연한 현실이지만, 10대 노숙인에 대한 법적 보호 규정은 따로 없다. 보건복지부의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운영규칙’에 정의된 노숙인은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살 이상의 자’다. 다만 청소년기본법에 국가 등이 청소년의 가출 및 비행 예방 노력을 하도록 규정돼있을 뿐이다.
한양대 산업의학교실 권미진 연구원은 “아동 동반 노숙, 가출 청소년 노숙 등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18살 이상이라는 나이 규정은 노숙인 규모를 더욱 축소시킬 수 있다”며 “각종 인권침해에 노출돼 살아가는 18살 미만 노숙인을 보호 대상에서 빼면 안된다”고 말했다.
더 필요한 쉼터=지난달 23일 찾은 경기도청소년상담지원센터에는 남녀를 구분해 15명씩 수용하는 온돌방 4개짜리 일시쉼터가 있었다. 샤워시설 외에도 컴퓨터, 텔레비전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 이곳을 거쳐간 10대 가출 및 노숙 청소년은 160여명. 그러나 올해는 지난 4월 현재 140명을 넘어섰다. 이곳에서 단기쉼터로 옮겨간 최아무개(16)양은 “노숙 생활 중 제일 필요한 게 자거나 먹거나 목욕하는 것이어서 쉼터는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고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가출 청소년 수에 견줘 쉼터 시설과 관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표 참조) 당장 청소년들은 쉼터의 체류시한 연장을 바라고 있지만, 체류시한이 일시쉼터는 24시간, 단기쉼터는 최대 6달로 제한돼있다. 전국 쉼터에 지원되는 한해 80억원의 예산은 운영비로도 빠듯해, 전염성 질병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청소년을 수용할 ‘치료형 쉼터’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국가청소년위원회 복지지원팀 양철수 사무관은 “중장기 쉼터가 40여개는 있어야 하지만, 예산 문제로 절반 정도만 확보됐다”고 말했다. 홍용덕 최원형 기자 ydhong@hani.co.kr
위기 청소년 보호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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