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첫 판결
금융사 대표이사의 잘못된 대출 결정을 추인한 이사들에게도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잘못된 대출에 대해 금융사 이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예금보험공사가 파산한 ㄱ금고의 전 이사 조아무개(5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표이사의 잘못된 대출 결정을 추인한 책임을 지고 회사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대표이사에 의해 대출이 이미 실행됐어도 이사가 이를 추인하는 행위는 대표이사의 잘못된 거래를 유효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조씨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씨는 ‘내가 반대했어도 어차피 이사회 결의를 통과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이사들이 찬성하는 것을 전제로 판단할 게 아니고 이사 개개인이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2001년 ㄱ금고의 대표이사가 신용상태가 부실한 금융업체에 90억원을 대출한 상태에서 25억원을 추가 대출하기로 결정하자 다른 이사 3명, 감사 1명과 함께 이사회에서 이를 추인했다. 조씨는 ㄱ금고가 이 업체로부터 대출금 87억원을 제때 받지 못하고 다른 대출금도 회수하지 못해 2002년 파산한 뒤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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