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3시 경기도 의왕~과천 유료도로 의왕요금소(왼쪽)는 한가할 시간임에도 차량들이 밀려들고 있는 반면, 지난 11일 낮 12시 광주시 남구 송암동 광주2순환도로 송암요금소는 차량 몇대만이 보일 정도로 한가한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광주/안관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수입 짤짤한 수도권선 징수 기간 늘려 시민들 분통
본전 못 뽑는 지방은 눈덩이 적자로 자자체 골머리
본전 못 뽑는 지방은 눈덩이 적자로 자자체 골머리
전국 곳곳에 개설된 민자도로의 ‘통행료 분쟁’이 뜨겁다. 수도권 유료도로들은 통행료 수입이 넘쳐난다. 이 때문에 유료도로를 만든 자치단체와 업체는 수입을 감추려고 애쓰고, 운전자들은 “우리가 봉이냐”며 통행료 폐지·인하를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반면, 수천억원을 들인 광주·부산 등 지방의 유료도로는 썰렁하다. 지방 자치단체들은 민자를 들여와 뚫은 유료도로에서 매년 발생하는 수백억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꾸느라 ‘비명’을 지른다.
통행료 내리거나 폐지해야=“건설비를 다 뽑았으면 통행료는 그만 받아야 한다.” (안양사는 손영민씨)
“통행료를 걷는 것은 행정기관의 부당이득인 만큼 즉시 중지해야 한다.” (수원사는 이규태씨)
12일 경기 의왕∼과천 유료도로 요금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투자원금(건설·유지관리비)은 이미 회수했고 추가 확장 사업은 경기도가 해야할 일”이라며 한결같이 “요금을 그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의왕∼과천 유료도로의 통행료 수입은 230억원. 차량 1대당 627원 꼴이다. 개통 이후 누적 수입은 3억2천여만대에 모두 204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투자원금(1230억원)을 넘어섰다.
경기도건설본부 관계자는 “건교부가 승인한 유료화 기간이 2011년이고 학의∼과천 사이 도로 확장에 890억원이 들어 통행료의 계속 징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현행 유료도로법(16조)은 “통행료의 총액은 당해 유료도로의 건설 유지비 총액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을 폭넓게 해석해 유료도로 확장에 드는 추가 비용 등을 원금에 포함하고 거두는 기간을 계속 연장하기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이에 대해 최우영 경기도 대변인은 “김문수 지사가 무료화를 고려했지만 무료로 하면 차량들이 몰려 교통 정체가 심해지고 도로 추가 확장도 계획돼 있어 통행료를 계속 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올해 개통한 서울 제2외곽순환도로 일산∼퇴계원 구간은 개통 6개월 만에 190억원의 통행료 수입을 올렸다. 민자회사인 ㈜서울고속도로는 잉여이익 47억여원을 정부에 반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고양시민회는 “외곽순환도로의 북부구간 통행료가 남부구간(47원/㎞)보다 더 비싼 139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초과 수입이 가능했다”며 통행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고속도로 쪽은 요금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얼마나 통행료를 더 받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다.
인천 영종·용유도 주민과 인천공항 종사자들은 지난 4월1일부터 공항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 폐지에 반발해 동전납부 시위 등으로 항의하고 있다. 이들은 2003년 8월부터 통행료를 서울 방향은 48%, 인천방향은 전액 감면 받아왔으나 정부가 공항철도 개통과 재정 부담 등을 들어 감면제도를 폐지하자 반발하고 있다.
김선장(60)씨는 “공항고속도로 통행료가 일반 고속도로보다 4.8배 비싸고, 공항철도도 민자로 건설하는 바람에 수도권 전철에 비해 일반 요금은 4배, 직통 요금은 10배 비싸다”며 “봉급의 10~20%를 통행료로 내라는 것은 국가의 부당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통행료 폐지 논란이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경인고속도로의 경우 2006년 말까지 8024억원의 통행료를 거둬 투자원금(2944억원)보다 5080억원을 더 받았다. 그러나 도로공사 쪽은 “한 지역의 통행료를 폐지하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치고 낙후지역의 고속도로 신설에 차질을 빚는다”며 통행료를 계속 걷고 있다.
적자에 관리권 회수까지 선언한 지방=11일 낮 12시 광주시 남구 송암동 광주2순환도로 3구간 송암요금소. 아치형 푸른 지붕이 날아갈 듯 얹힌 요금소에 이르자 도로가 6차로에서 12차로로 넓어졌다. 창구 12곳 중 6곳만 푸른 신호를 밝힌 채 반갑게 차량을 맞고 있었다. 너댓대가 한가한 유료도로로 사뿐하게 다가섰다가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1000원 짜리를 내고 100원을 받았다.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3초였다.
이 요금소는 개통 뒤 2년이 지났지만 설치한 창구를 모두 가동해야할 만큼 차량이 밀린 적은 거의 없다. 새벽시간에는 2~3곳만 열어둘 정도로 통행이 뜸하다.
요금소에서 만난 박원균(47·광주시 남구 진월동)씨는 “적잖은 통행료를 내는데도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준다고 들었다”며 “이중으로 돈을 내다니 시민이 무슨 봉이냐”고 말했다.
이렇게 광주·부산 등 지방에 설치한 민자도로는 대부분 통행량이 예상보다 적다. 통행료 인하는 커녕 적자를 보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광주시는 광주2순환도로 1·3구간의 적자를 메우려고 한해 150억원의 예산을 따로 편성해야 한다. 이러고도 보전금의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자 재협상에 나섰다. 진전이 전혀 없자 지난 1일 보전금 지급을 중단하고, 운영권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곳에는 민간자본 2809억원이 투자됐다. 2001년부터 581억원을 보전했고, 앞으로 1조4390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투자액의 5.3배를 밀어 넣어야할 형편이다. 박광태 광주시장은 “이자율 13% 수준의 불공정 협약”이라며 “상황이 바뀐 만큼 공익처분으로 협약의 해지와 운영권 회수를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민자사업의 운영권 회수는 전례없는 초강수다. 투자사의 대응이 주목된다. 8월쯤 운영권을 회수하면, 이에 반발한 무효소송이 2년 정도 이어질 것으로 시는 전망하고 있다.
부산시도 2002년 4월 772억원을 유치해 수정터널을 개통했으나 통행량이 예상치의 61%에 머물자 해마다 50억원을 보전한다. 투자사와 재협상에 나섰으나 진전이 없다.
호남지역 상공회의소 7곳은 4년째 천안~논산고속도로의 통행료를 7800원에서 일반고속도로 수준인 5800원으로 낮춰달라고 건의해 왔다. 이 도로도 하루 통행량이 예상치인 4만5천여대의 절반인 2만7천대에 불과해 해마다 400억원을 보전하는 형편이어서 통행료 인하는 어려워 보인다. 수원·광주·인천·부산/홍용덕 안관옥 김영환 신동명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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