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길’ 풀 해법 없나
예산이 부족한 정부나 자치단체는 민간투자를 유치하면서 보장조건을 △1995년 80~120%, 30년 △1999년 90~110%, 30년 △2003년 90~110%, 15년으로 제시해왔다. 80~120%란 예상 수익보다 적자가 나면 80%까지 보전해주고, 흑자가 나면 120% 이상은 환수하겠다는 내용이다. 통행료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수익률을 정해 결정한다. 도로마다 통행료가 모두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보장조건을 두고 곳곳에서 다툼이 일자 지난해 수익 보장을 아예 없앴다. 수익이 남아돌든 부족하든 투자하는 쪽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이전에 협약을 맺은 사업장에서는 보장조건의 공정성을 둘러싼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자치단체는 재협상 요구에 이어 계약 해지와 관리 회수를 추진하고, 일부 지역 주민은 통행료 인하에서 무료도로화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국의 민자고속도로는 19곳이다. 천안∼논산, 대구∼부산, 인천공항고속도로는 운영 중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등 6곳은 공사 중이며 10곳은 공사 예정이다. 또 과천∼의왕 유료도로와 광주2순환도로처럼 자치단체나 투자회사가 민자를 끌여들여 유료도로를 뚫은 경우도 여러곳이다.
민자도로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통행요금 변경 △운용기간 변경 △재정지원 조정 등의 행정처방을 쓸 수는 있다. 이마저도 협약 당사자의 합의가 필요하고,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소송을 피할 수 없다.
전국 도로 14곳에 투자한 매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의 한 이사는 “부족한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려면 앞으로도 민간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투자협약을 맺은 뒤 편익은 챙기고 수익은 나몰라라 하면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기홍 광주경실련 정책부장은 “분쟁을 풀려면 집단시위나 공익처분 따위 압박수단을 쓰기보다는 민간투자법에 재협상 조건을 명시하고, 분쟁을 해결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민자도로처 최광현 차장도 “정부는 신인도를 고려해 협약을 변경하기 어렵지만 자치단체나 시민단체는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고 거들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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