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반적인 안전교육만 실시했을 뿐 학생들이 자주 하는 위험한 장난에 대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다면, 학교 쪽이 다친 학생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재판장 조용구)는 학교 계단 난간에서 미끄럼을 타다 눈을 크게 다친 박아무개(13)군과 어머니가 학교를 운영하는 지자체인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3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앞서 1심 법원은 “학교 난간이 통상 갖춰야할 안전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교사들이 이런 사고를 사전에 통제하거나 예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박군 쪽의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이 계단 난간을 이용해 미끄럼을 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안전교육을 하고 미끄럼 타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돌출물을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군은 사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으로, 미끄럼을 타면 떨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자제하지 못했고, 어머니도 평소 안전 지도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며 학교 쪽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서울 우면동의 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군은 2003년 11월 학교 중앙계단에 설치된 난간 손잡이 기둥에 배를 대고 엎드린 자세로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다 바닥으로 떨어져 왼쪽 눈을 크게 다쳤다.
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도 학생들이 난간을 이용해 미끄럼을 타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화약이나 흉기를 소지하지 말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위험한 놀이를 하지 말 것’ 등 일반적인 안전교육만 실시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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